특례상장 5년 다 되도록 실적은 낙제…'제 2, 3 셀리버리' 속출 우려

입력 2023-04-03 18:34   수정 2023-04-11 20:28


마켓인사이트 4월 3일 오후 4시36분

특례상장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증시에 입성한 특례상장 기업의 대부분이 상장 때 제시한 목표 실적에 미달한 가운데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가 상장폐지 갈림길에 놓이면서다.
내년부터 상폐 위기 기업 급증
3일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3년간 특례상장한 기업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0곳 중 9곳이 상장 시점에 제시한 경영 실적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내 특례상장 제도는 2005년 기술특례 상장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17년 기술특례를 보완하기 위해 성장성 특례와 이익 미실현(테슬라) 특례가 추가됐다.

이 중 성장성 특례는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한 기업은 상장 요건 중 수익성, 매출 기준을 완화해준다.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지 않고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해당 기업에 대한 성장성 보고서를 제출하기만 해도 돼 상장 문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11월 상장한 신약 개발사 셀리버리가 첫 번째 적용 대상이 됐다. 이후 라닉스, 라파스, 올리패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이 줄줄이 성장성 특례로 상장했다.

이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문제가 됐다. 2019년 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탈락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성장성 특례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435억원을 냈다. 3개년 연속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이 발생했다.

2019년 12월 성장성 특례로 상장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기업 신테카바이오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18억원, 영업이익 372억원을 달성한다는 전제로 상장했지만, 실제 매출은 2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118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은 올해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없다.
특례 요건 강화 놓고 논란
증권가는 올해부터 성장성 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들이 줄줄이 관리종목 대상에 오르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되는데,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례상장으로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는 종목이 늘어날 경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일각에서 특례상장 때 실현 가능한 실적 추정치를 제시하도록 권고하고 상장 이후엔 경영 실적 중간 점검 등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 후 3~5년 치 추정 실적을 근거로 시가총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실적 ‘뻥튀기’를 막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상장 요건 강화가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의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유망한 기업을 증시에 유치하려면 다양한 특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닥 테슬라 상장 1호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가 대표 사례다. 카페24는 2018년 상장 이후 성장을 이어가 작년까지 3년 연속 매출 2000억원을 거두며 시가총액 2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례상장 제도가 없었다면 국내 증시에 상장하지 못했을 기업이 적지 않다”며 “특례상장의 장점을 살리고 상장 후 관리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최석철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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