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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모처럼 낙관론이 넘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인플레이션도 진정 기미를 보여서다. 그러나 일요일인 2일(현지시간) 전해진 OPEC+의 전격적인 감산 소식은 ‘골디락스’(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기대하는 시장 관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가 전망 속속 상향
이날 OPEC+의 주요 회원국은 추가 감산 계획을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나섰고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가봉 등이 동참했다. 이들 국가의 총 감산량은 하루 116만 배럴이다. 발표 다음 날인 3일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화상회의 뒤 성명을 내고 “자발적인 감산 결정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한 예방 조치”라며 지지했다. 감시위는 “러시아의 앞선 결정(하루 50만 배럴 감산)까지 합치면 하루 감산 규모는 166만 배럴”이라고 했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한 것까지 합치면 세계 원유 수요의 3.7%에 해당하는 하루 366만 배럴이 감산된다.OPEC+의 기습적인 감산 계획 공개에 국제 유가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8%대 급등해 배럴당 8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7% 넘게 뛰며 장중 86달러에 거래됐다.
주요 금융사는 앞다퉈 유가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UBS는 6월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예상 밖의 하루 100만 배럴 수준 공급 감축이 1년가량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정도 오른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하인스 호주&뉴질랜드은행 원자재부문 선임연구원은 “연말까지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여 잡았고, 내년 말 전망치도 10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 비해 OPEC+의 (원유) 가격 결정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높아지는 경기침체 우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1%대로 상승했고, S&P500선물과 나스닥100 선물은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주요 가격지표가 일제히 경기둔화를 예상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미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섰다.지난주까지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예상을 밑돌자 미 중앙은행(Fed)의 다음달 기준금리 동결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등 전망이 밝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원유 가격이 에너지 등 생활 필수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나 Fed가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아서다. 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UBS에 인수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자산 7조달러(약 9123조원)의 미 증권회사 찰스슈와브가 대규모 채권 손실로 휘청이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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