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의 여신도 성폭행 혐의 사건과 관련해 피해 사실을 고소한 외국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6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고소인은 이날 정명석 측 변호인의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등 거듭된 질문에 결국 구토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국적 A씨(29)는 3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준강간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피해 사실을 비공개로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첫 재판이 열린 이후 피해 고소인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증인의 사생활과 신변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피해자가 피고인 앞에서 진술하는 것도 부적절한 만큼 피고인도 퇴정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측 정민영 변호인은 "JMS 신도들이 법정에 많이 참석하는 데 대해 피해자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어 재판부에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정씨를 직접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해 심문이 이뤄질 때는 정씨가 나가도록 검토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정명석 측 변호인은 증인신문에 앞서 "고소인이 제출한 음성 파일의 증거 능력을 다투는 상황에서, 증언을 무작위로 드러낸다면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차피 음성 파일에 변조나 조작 등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지는 추후 검증해야 할 부분"이라며 "신문 과정에서 아예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구속기소 돼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정씨는 판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연신 왼쪽 손을 귀에 갖다 대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정민영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씨 측)변호인들은 '피해자가 오히려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 했던 것 아니냐', 'JMS에서 성적으로 세뇌시킨 적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반복한 데 이어, 왜 저항하지 않느냐고 거듭 물어보며 괴롭혔다"면서 "이에 A씨는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했고 결국 구토까지 했다"고 밝혔다.
A씨가 피해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에 대해서는 "전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여러 지인에게 보내 놓은 만큼 증거 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수사기관에서 정씨에 대해 유리한 진술을 했던 신도들도 진술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지검과 충남경찰청은 고소인들이 입국해 법정에서 증언한 뒤 출국할 때까지 안전 가옥과 스마트워치를 제공하는 등 철저히 경호하기로 했다. 이날도 법원 내부 통로로 A씨와 법정까지 동행했다. 이튿날 비공개로 열리는 호주 국적 B씨(31)에 대한 증인신문에도 동행할 예정이다.
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A씨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2018년 7월부터 그해 말까지 5차례에 걸쳐 B씨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정씨는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며 신도들을 세뇌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측은 고소인들이 성적으로 세뇌되거나 항거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으며, 자신은 '신이 아니고 사람'임을 분명히 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 여신도 3명도 "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충남경찰청에 고소, 경찰은 이 중 1명에 대한 사건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정씨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말레이시아 리조트와 홍콩 아파트, 경기 안산의 숙소 등에서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8년 2월 출소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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