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를 게 뭐가 있어? ②] “퀴어소설 마니아인 동생에게 커밍아웃 했어요”
[다를 게 뭐가 있어? ③] 성소수자들을 위한 공간, 게이 게토(Ghetto)로 불리는 ‘낙원동’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정령서 대학생 기자] 최근 성소수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 그들의 일상을 담아내며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드라마, SNS 웹툰에서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일반인들을 잘 알지 못했던 그들의 고민들을 공유하는 등 그동안 높디 높았던 선입견의 벽이 한층 낮아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먼저 이해한 성소수자
성소수자의 일상과 사랑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웹툰, 드라마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를 다룬 콘텐츠의 파급력은 유독 OTT플랫폼에서 빛을 내고 있다. 이유는 방송국의 심의나 시청자들의 잣대를 넘어 그들의 사랑법이나 살아가는 모습 등을 여과없이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성소수자들의 사랑은 숨겨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8월 공개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메리 퀴어’는 성소수자 커플 세 쌍이 출연해 대한민국 최초 커밍아웃 로맨스 예능으로 등장했다. ‘메리퀴어’는 성소수자 출연진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그들의 마음속 상처, 부모님과의 갈등, 성생활 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냈다. 성소수자들을 무조건 미화하지도, 부정적으로 표현하지도 않는 담담한 시선으로 인기를 끌었다.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 웨이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양성애자들이 출연한다. 여성 출연자 자스민이 다른 출연자 백장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스민이 용기 내어 백장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것은 많은 시청자의 응원을 받아 해당 프로그램이 웨이브 예능 부문 신규유료가입견인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지만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이 성소수자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성소수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지만 소외되었던 ‘비주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받침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성소수자는 더 이상 ‘조연' 아닌 '주연'으로
예능 프로그램보다 출연 장벽이 높은 드라마 환경에서 성소수자의 등장은 화제가 되었다. 그 때문에 성소수자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K드라마에서 성소수자들은 더 이상 조연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여러 드라마가 성소수자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회 곳곳의 차별과 맞서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tvN 드라마 ‘슈룹’은 성소수자에게 슈룹(우산)이 되어주는 중전의 모습을 통해 다양性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었다. 몰래 여장을 즐기는 아들에게 ‘저 녀석의 마음을 생각해봤어. 넘어서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라고 말하며 비녀를 건넨다.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는 트랜스젠더가 등장한다. 단밤포차의 주방장 현이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좌절하다가 이서의 격려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성소수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거짓 없이 그대로 다룬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성소수자 캐릭터들은 직업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함을 나타낸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을 숨기고 사는 성소수자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는 드라마라면 다루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다. 과거에는 성소수자 캐릭터를 희화화해 지적 받는 사례가 많았다면, 현재는 성소수자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당당하게 드라마의 중심에 다가가고 있다.
“퀴어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도콩알 퀴어툰 작가
성소수자들에 관련된 웹툰은 19금에 관련한 내용에만 국한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웹툰 사이트에서 전체연령가 등급의 성소수자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사랑의 헌옷수거함’에는 레즈 커플이 등장한다. 약 2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웹툰 사이트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는 ‘퀴어툰’이 등장했다. 이성애자의 사랑 등 ‘주류’의 이야기만 담았던 SNS 웹툰이 ‘비주류’의 이야기도 담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 많은 팔로워 수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늘어가는 팔로워와 좋아요 수를 보면 앞으로 퀴어툰은 SNS 웹툰의 한 축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된다.
퀴어툰은 외로운 성소수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인스타그램에서 퀴어툰을 제작하고 있는 도콩알 씨는 ‘퀴어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퀴어툰을 보고 ‘이런 만화를 그려주셔서 감사하다. 힘이 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자주 온다고 언급했다. 퀴어툰을 본 성소수자들은 작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작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퀴어툰은 방황하고 외로워하는 성소수자들에게 작지만, 강한 위로를 보낸다.
도콩알 씨의 퀴어툰은 ‘애인이 외박을 한다면?’, ‘애인에게 사랑받는 데이트룩’ 등 이성애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콩알 씨는 “퀴어들도 다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 어쩌면 저는 그런 평범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귀여운 글과 그림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퀴어툰은 ‘주류’가 ‘비주류’를 공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사회 분위기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개선에 따라 성소수자들을 미디어에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성소수자를 무조건 혐오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줄어들고 있으며, 이들의 캐릭터 빈도수와 미디어 비중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성애 캐릭터와 함께 조금 더 일상적이고 조화롭게 그려질 때, 한국 미디어는 성소수자의 차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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