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3인조' 구속…풀리지 않는 의문점

입력 2023-04-04 14:20   수정 2023-04-04 14:22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3명이 모두 구속됐다. 추가 입건된 20대 공범에게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 피의자 이모씨(35)와 황모씨(36), 연모씨(30)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5일 비공개로 연다고 4일 밝혔다.

위원회는 경찰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예방 효과 등을 고려해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 등을 공개할지 검토한다.

피의자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시신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도 받는다.

경찰은 배후에 추가로 2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인 관계자로 알려진 이들 부부에게는 출국금지가 내려졌다.

이들은 이씨에게 착수금 4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착수금을 준 적이 없으며 피해자에게 원한 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씨, 황씨, 연씨를 차례로 체포했다. 같은 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했다.

피해자를 직접 납치·살해한 황씨와 연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지목해 범행을 제안한 이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도 남는다. 피해자를 미행하며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이들이 강남대로에서 납치를 한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실제로 피해자는 몸부림치며 저항했지만 납치는 단 몇 분 만에 이뤄졌다. 범행 현장이 담긴 영상을 보면 피의자 중 1명은 지난 29일 오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아파트 단지 입구 옆에 대기하고 있다. 이 남성은 오후 11시 44분쯤 단지 안으로 들어갔고 이어 승용차 1대가 아파트 입구 앞에 정차했다.

아파트 안에 있던 남성은 이후 2~3분 뒤 격렬하게 저항하는 40대 여성 피해자를 끌고 나왔다. 바닥을 뒹굴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피해자는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와 밀접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사건 현장은 강남경찰서 도곡지구대와 도보로 불과 10분 내외 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성을 차에 강제로 태워 납치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목격자 신고를 받고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용의자로 특정했다. 두 사람은 저항하는 여성을 끌고 가 도로변에 미리 세워둔 차량에 태우고 현장을 떠났다.

살해 방법과 장소, 시점 등에 대한 의문점도 여전하다. 현재까지 피해자의 부검 구두 소견은 '질식사 의심'이다. 하지만 황씨와 연씨는 주사기를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찰 역시 주사기에 마취제 성격의 약품이 발견됐다고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초동 조치 지연에 대해서도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경찰은 관제센터 폐쇄회로 CCTV를 통해 30일 오전 0시33분쯤 납치 범행에 사용된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20분 뒤인 0시56분쯤 일제 수배를 내렸다. 그러나 전국 수배 차량 시스템에 차량번호를 등록한 것은 같은 날 4시 57분쯤이다.

중요한 건 이들의 범행 동기와 피해자와의 관계다. 경찰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절박하게 이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청부살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저히 빈틈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수법이 굉장히 대담해졌다"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주범 이씨가 대학 동창인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황씨가 같은 배달일을 하면서 알게 된 연 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입건된 20대 A 씨 역시 황 씨의 제안에 범행에 가담했다. 범행 차량에선 마취제 성분이 들어있는 주사기가 발견됐는데, 연씨와 황씨는 이 주사기를 피해자에게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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