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 서울 재동 헌재 소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을 청구한 국회 측과 피청구인(이 장관) 측 법률대리인들을 불러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에 앞서 양측을 불러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이날 1시 24분께 소심판정에 도착한 이 장관 측 법률대리인인 윤용섭 변호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 대응과 관련해서 최상위의 총괄 조정장이 맞다"면서도 "문제가 비롯되고 있는 재난 현장에서의 긴급 구조 활동과 관련해서는 지휘·감독권은 물론이고 아무런 개입하거나 관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탄핵 소추는 이러한 점에 대해서 제대로 깊이 심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리해 탄핵 기각 결정을 이끌어냈던 인물이다. 윤 변호사를 비롯해 안대희·김능환 전 대법관 등이 이 장관의 변호인단에 포진해있다.
이후 도착한 국회 측 대리인단 대표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번에 사건의 중요성을 저희 대리인단은 충분히 잘 인식하고 있고 헌재에서 신속하게 집중 심리를 통해서 실체가 밝혀질 수 있도록 소임을 충실히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재난 대응 주무 장관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지난 2월 9일 탄핵 소추 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국회는 이 장관의 탄핵 사유로 재난 예방·대응과 관련한 헌법 위반, 국가공무원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위반 등을 들었다. 쟁점은 이 장관의 법 위반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이다.
이 장관 측은 재판장에서 "이 사건(이태원 참사)의 행사는 주관자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핼러윈데이에 특수한 의상을 입고 코스튬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몰려다니는 그런 과정을 즐기는 행사인데 그런 행사에서 사람이 모인다고 해서 큰 사고가 날 것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면 일반인 심정에서 좀 이상하다고(볼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회 측은 "좁은 골목길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현장 200m 거리에 119 소방센터가 있었으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112 신고와 119 신고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난 발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고 지적했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국회 측은 "세월호 사건 이후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컨트롤타워로 재난 대응 및 예방 부분을 일원화시켰는데도 재난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 측은 "이 장관이 작년 5월에 부임했는데 10월에 사고가 났다"며 "전임 정부가 확정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예산을 계속 집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도화가 문제였는데, 5G로 넘어가던 시기에 LTE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앞으로 정식 변론기일과 재판관 평의 등의 절차가 거쳐 이 장관의 탄핵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피청구인의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파면된 공무원은 5년 동안 공무원 임용이 제한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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