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떠나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논어> 술이편의 말이다. 주변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은 자연에 대해서도 유효하다. 지구에서는 38억년 전 생명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천만 종의 생물이 살아왔다. 이들이 자연에 적응한 방식은 인류의 훌륭한 참고서다.
최근 출간된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기까지 자연에서 깨달은 지식들을 정리한 책이다. 생물학자이자 영국 방송사 B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 중인 저자 패트릭 아리는 ‘생태모방’이라고 부르는 사례들이다.
그는 열대우림을 탐사하며 사람들이 모기떼에 시달린 경험을 회상한다. 놀랍게도 인간은 피를 빨아먹는 ‘해충’으로부터도 배울 점을 찾았다. 저자는 모기의 주둥이 형태에 주목한다. 모기 침의 옆면은 매끈하지 않고 오히려 울퉁불퉁하다. 울퉁불퉁한 돌기의 끝부분만 살에 닿기 때문에 피부와의 마찰 면적이 최소화된다. 모기는 삽관할 때 머리를 미세하게 떨기면서 동물들이 모기에 물리면서 얻는 감각을 가로막는다.
과학자들은 모기의 흡혈장치를 모방해 ‘아프지 않은 주사’를 개발하고 있다. 주사 바늘에 미세한 돌기를 만들고 작은 모터로 진동을 일으키는 방법을 동원해서다. 그 결과 기존 제품보다 고통이 훨씬 적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사를 맞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모기뿐만 아니다. 책은 30종의 동물로부터 인간이 혁신을 달성한 일들을 소개한다. 인류에게 친숙한 개미와 고양이부터 비교적 생소한 아라파이마, 천산갑까지 다양하다. 친환경 하수처리 체계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소의 소화기관 구조, 미세플라스틱 오염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는 대왕쥐가오리의 아가미 형태, 바닷가재의 눈에서 착안한 엑스선 우주망원경 등등.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지혜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AI) 얘기다. AI는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지식을 학습하고, 인간의 행태를 따라 하며 인류를 ‘생태모방’ 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언젠가는 자의식이 있는 AI가 이 책과 비슷한 책을 집필할 것이다. 그때 AI는 AI를 더욱 영리하게 만든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게 되리라.” 언젠가 인간이 이 책의 ‘31번째 에피소드’로 소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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