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찍지 마세요."
1976년 준공된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본관빌딩. 이 건물 1층 로비 벽면은 가로 40m·세로 5m 크기인 이 십장생 벽화는 1983년이 새겨져 있다. 한국은행과 삼성이 입주한 이 건물 로비는 한은 총재와 삼성그룹 임원을 촬영하려는 기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은과 삼성은 사진기자들에게 "십장생 벽화를 찍지 말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곤 했다. 촬영을 금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종양 서울대 미대 교수가 1983년 제작한 이 벽화는 해·산·돌·구름·물·소나무·사슴·거북·학·불로초를 비롯한 장생불사의 열가지 상징 외에 산삼을 더 그린 것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삼성본관 사옥은 장수와 재물의 상징이 곳곳에 비치된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이 빌딩은 이웃인 부영태평빌딩(옛 삼성생명 본사), 신한은행 본점과 함께 재물 운이 넘치는 풍수지리 명당으로 꼽혔다. 이들 건물 일대는 조선 후기 돈을 찍어내던 전환국 자리이기도 하다. 후문에 재물 운이 몰린다는 소문이 돌자 한은 임직원들도 출퇴근 때 뒷문을 종종 이용했다.
1987년 준공한 LG그룹 사옥 LG트윈타워는 1층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다. 1층 곳곳에 공사벽을 설치한 통에 벽 사이 사이를 미로처럼 움직여 빠져나간다. 이 회사 직원들은 "방탈출 게임을 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리모델링에 나선 LG그룹 사옥 LG트윈타워도 손 꼽히는 명당으로 꼽힌다. 트윈타워 자리는 물에 뜬 연꽃 형상이란 의미의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으로 평가된다. 흙탕물에서 피는 연꽃은 원만함을 상징하면서 '군자의 꽃'으로도 통한다.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재능이 많은 LG그룹과 연꽃의 상징이 통한다는 평가도 있다.
SK서린빌딩은 풍수지리를 반영한 배치로 유명하다. 이 건물은 불의 기운이 강한 터라는 지적에 물을 뜻하는 거북이 발 모양을 이 사옥 모서리에 거북이 발 모양을 형상화했다. 청계천을 향하는 서린빌딩 주 출입구 계단에는 거북이 머리 모양을 만들었다. 거북이가 빌딩을 짊어지고 청계천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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