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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짙어졌다. 4일(현지시간) 발표된 2월 구인 건수가 1년 9개월 만에 1000만건 밑으로 떨어진 여파다. 미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튼튼했던 고용시장이 지난달 은행 위기 전부터 둔화됐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한 차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고용 둔화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Fed가 ‘긴축 사이클’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고용둔화 신호에 금 사상 최고치 근접
4일 미 노동부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통해 2월 구인 건수가 993만건으로 전월(1056만건) 대비 63만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월간 구인 건수가 1000만건을 밑돈 것은 2021년 5월(948만건) 이후 21개월 만이다. 1월 구인 건수도 기존 1082만건에서 하향 조정됐다.
전문 비즈니스 서비스(27만8000건 감소)와 의료 및 사회지원(15만건), 창고 및 교통(14만5000건) 등 부문에서 구인 공고 감소폭이 컸다.
Fed가 주목하는 실업자 한 명당 구인건수 배율은 전월 1.9배에서 1.7배로 줄었다. 팬데믹 이전(1.2배)보다는 높지만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구인건수 배율은 실업자 한 명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의 비율이다. 노동수요가 공급 대비 과열된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선임 전략가는 “고용시장이 긴축 상황에 반응한 첫 번째 징후”라며 “일자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고용 지표가 공개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2042달러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온스당 2069.40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장 초반 4%를 넘었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고용 지표 발표 후 확 떨어져 3.84%로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3.43%에서 3.35%로 하락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뉴욕증시는 상승랠리를 멈췄다.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 모두 0%대 하락했다. 원유 공급 축소 우려로 지난 3일 6% 급등한 국제유가도 이날은 보합세로 마감했다.
고용 둔화는 시장이 기다렸던 현상이다. Fed가 고용이 과열된 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이 뜨거우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다.
지난달 은행 위기가 발생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는 “은행권의 변동성으로 신용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더 빠르고 깊은 경기침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美 5월 금리 동결 확률↑
시장은 Fed가 5월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4일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30분 기준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7.9%로 집계됐다.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42.1%였다. 전날인 3일은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57.2%, 동결 42.8%였으나 하루 만에 반전됐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구인 건수의 급감은 지난달 은행 위기 이전부터 노동 수요가 냉각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Fed의 긴축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고 볼 만한 또다른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주 공개될 다른 경제지표들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는 7일 미 노동부가 공개할 3월 고용 보고서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와 실업률 등이 발표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24만명으로 전월(31만1000명) 대비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6%로 추정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5일 발표하는 지난달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경기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시장 예상치는 54.5다. 50 이상이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지만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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