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어려움이 커지는 이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면 거래를 중단할 수 없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지난 2월 전국 신협 대표가 모두 모인 ‘제50차 정기 대의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점포는 수익성보다 조합원의 편리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 들어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금융회사마다 비상등이 켜졌다. 인구 감소, 산업 부진 등 직격탄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 또는 소도시 내 소규모 신협들은 사정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협은 ‘상생 경영’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 대형 조합은 시중은행과 겨룰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키워주고, 소형 조합은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앙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신협은 지역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상부상조 금융’을 목표로 시작한 협동조합”이라며 “지역 사회와 신협 간 상생, 또 대형 조합과 소형 조합 간 상생은 단순한 경영 슬로건을 넘어선 신협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협은 2020년 농소형조합지원단을 신설해 소형 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자산 규모 1900억원 미만 소형 조합이 신규 점포를 개설할 경우 중앙회가 30억원 한도로 저금리 대출(특별지원대출)을 지원한다. 이 외에 노후 환경 개선, 홍보 지원, 재해 피해 복구 등 지원 유형이 다양하다. 소형 신협의 경영 안정성을 높여 역내 은행 영업점 철수에 따른 금융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바탕에 깔린 조치다.
이렇게 작년 한 해 소형 조합에 지원한 규모가 409억원에 달한다. 신협중앙회는 전국 256명의 농어촌·소형 조합 이사장과 간담회를 열고 경영 애로 사항을 청취해 사업에 반영했다. 개별 조합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가장 큰 특별지원대출에 전체 지원액의 81%인 331억4700만원이 투입됐다. 자금 부족으로 점포 이전이나 개장이 어려웠던 조합 총 17곳이 혜택을 받았다. 건물 외관과 내부 환경이 낡아 지역민들이 이용할 때 불편을 호소한 조합 269곳도 3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접객 및 사무 공간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신협 영업점은 2019년 말 1676곳에서 작년 말 1688곳으로 늘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전남 강진군, 고흥군 등 4대 은행의 점포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신협은 꿋꿋이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나 혼자 빨리’가 아니라 ‘함께 더 멀리’ 가겠다는 상생 경영 원칙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870개 신협의 총자산은 14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세계 118개국의 신협이 가입한 세계신협협의회에서 한국 신협은 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다. 2020년까지 내리막이던 이용자 수도 증가세로 돌아서 작년 말 1600만 명을 기록했다. 비조합원 비중(927만 명)은 58%에 이른다.
대형 조합과 소형 조합의 고른 발전도 신협중앙회의 자랑거리다. 전국 신협의 평균 자산은 작년 말 기준 1648억원으로 전년보다 13.5%(223억원) 늘었다. 자산 규모가 1500억원을 넘는 조합은 1년 새 49곳 증가했고, 300억원 미만인 조합은 12곳 줄었다.
이렇게 균형 잡힌 발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신협이 공들여 개발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있다. 신협은 2020년 상호금융권 최초로 자체 모바일 뱅킹 앱인 ‘온뱅크’를 선보였다. 조합원 가입, 출자금 계좌 개설 등 업무가 모두 비대면으로 가능해졌다. 어느 지역에서든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으면 전국 신협에서 저율 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비대면 가입은 소형 조합들이 지역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조합원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기업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협은 이에 발맞춰 기업용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 ‘기업 인터넷뱅킹’을 전면 개편하고 기업용 앱인 ‘기업온뱅크’(가칭)를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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