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입과 해외투자에 필요한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수출입은행에 잇따라 자본을 수혈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청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방산 수출 및 해외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서 수주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수은 특별계정’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5월 도입된 수은 특별계정은 거래 상대국의 위험이 높아 금융제공이 곤란한 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수은이 정책금융 진행 과정에서 손실 발생 우려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 대한 인프라 금융지원이 줄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특별계정 규모는 1조625억원이다. 정부와 수은이 4대 6 비율로 재원을 부담한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현대로템의 탄자니아 철도차량 공급 사업 등에 자금이 지원됐다. 문제는 특별계정 잔액이 거의 바닥났다는 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90% 이상 소진돼 잔액은 5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낮은 국가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500억원 가량의 잔액도 조만간 바닥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수은 특별계정을 확대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확대 규모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예산실과 협의해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엔 정부가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출자증권 2조원을 수은에 현물출자하는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방산·원전 등 해외 수주사업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적극적인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수은의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마지노선’인 13.0%에 불과했다. BIS 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위험자산이 크다는 뜻이다. 은행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총자본비율은 10.5%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3.0%다. 더 이 비율이 더 내려가면 수은의 정책금융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수은은 이번 현물출자에 따라 BIS 비율이 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잇단 자본 수혈을 계기로 방산 수출 및 해외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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