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 분야에 지급하는 직불금(생산자의 소득을 보조해 주는 금액)을 2조5000억원에서 5조원까지 늘린다. 청년농에 농지를 넘기고 은퇴하는 고령농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새로 만들고, 새내기 청년농에 3년 간 매월 110만원을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 대상도 6000명으로 늘린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6일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쌀 수급안정,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남는 쌀 의무매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의 후속조치로, 정부가 농민들에게 제시하는 대안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남는 쌀 의무매입 대신 정부가 쌀값 안정을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 시 쌀 초과공급량은 올해 23만t에서 2030년 63만t으로 늘어난다. 2030년까지 쌀 매입, 보관 등에 소요되는 예산은 연평균 1조원 수준으로 2030년에는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먼저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kg에 20만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논에 벼 대신 밀·콩·가루쌀 등을 재배할 경우 ha당 최대 250만원을 지급한다.
각 지자체도 타작물 재배농가에 ha당 100만~200만원을 지급하고, 정부는 농지은행 임대농지 중 타작물 재배지에 임대료를 80%를 감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평균 20만t 수준인 쌀 공급과잉을 축소해 쌀값은 높이고, 쌀 이외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농업 분야 직불금을 2027년까지 지금의 두 배 수준인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선 정부는 일정 요건 갖춘 농가에 면적 관계없이 1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기본직불금을 중소농 중심으로 강화한다. 여기에 농가별, 품목별로 수입·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이를 완화해주는 경영안정 프로그램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청년농 육성, 식량안보, 탄소중립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특화된 직불금인 선택형직불금도 대폭 강화한다. 올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한 데 이어 내년부턴 고령농이 농지를 농지은행에 판 뒤 은퇴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경영이양직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농지은행에 맡겨진 농지는 청년농에게 최우선적으로 제공된다.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농가에 대한 탄소중립 직불제 등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농식품부는 신규 청년농에 3년간 월 최대 110만원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현재 2000명 규모에서 2027년 6000명 수준으로 3배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농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2027년까지 농촌 내 생활SOC복합시설 1250개를 지원하는 등 농촌 내 문화·복지 인프라도 확충한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세금을 쓰더라도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라며 "정부는 쌀값 안정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수급안정으로 보고 있고, 거기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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