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6일 17: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쉰들러가 3000억원(지연이자 포함시)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했다. 현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쉰들러는 법률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통해 지난 5일 대법원에 ‘집행문 부여’를 신청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집행문이 나오면, 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해 매각할 수 있는 강제집행이 가능해진다. 집행문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 회장은 지난달 31일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패소해 원금 1700억, 지연이자를 포함한 최대 30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배상금으로 내야 했다. 현 회장은 2심 판결 직후인 2020년 1000억원을 선납했고, 200억원을 공탁했다. 추가로 내야하는 금액은 1500억~1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 회장도 배상금 납부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현 회장이 보유하던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주(863억원)를 대물변제 방식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기기로 했다. 손해배상금 일부를 현대무벡스 주식으로 갚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 회장은 현대무벡스 지분을 담보로 약 600억원을 빌려줬던 한국투자증권·한국증권금융·한화투자증권 등에게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금은 어디서 조달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대무벡스 지분 납입이 마무리되면 현 회장측이 납부해야할 손해배상금은 600억~7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다. 현대그룹 측은 "쉰들러의 조치와 무관하게 현 회장이 빠른 시일에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이 잔여 손해배상금을 모두 납부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승소 측에서 패소 측이 스스로 변제할 기간을 주는 점과 달리 쉰들러 측이 판결확정일로부터 불과 6일만에 집행문 신청을 시작으로 압박에 나선 점을 두고 양 측의 갈등이 재점화 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쉰들러가 추가 지분매집에 나서는 등 적대적 M&A에 나설 경우 현 회장 측 방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재산을 손해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진했기 때문이다.
현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은 "쉰들러가 2004년경부터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M&A를 시도해 오고 있다는 사정은 인정되지만 피고들을 압박해 M&A를 용이하게 하려는 사익적 목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쉰들러의 소송 제기가 주주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배경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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