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나타(사진) 양산을 앞둔 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6일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으로 4시간 가량 멈춰섰다. ‘울산공장만큼 노동 강도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거절당하자 몸으로 생산라인을 막아서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회사가 4년 만에 새로운 쏘나타를 선보이며 중형 세단 시장을 선점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가 이날 오후 아산공장 최종 조립 공정인 ‘의장라인’에 양산 직전 단계인 신형 쏘나타 ‘시작차’를 투입하자 노조가 라인을 정지시켰다. 회사 측은 “노동조합법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다”며 불법 파업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4시간 뒤 파업을 풀었다.
아산공장 노사는 지난달 초 신형 쏘나타의 맨아워(한 시간에 차 1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 수) 협상을 시작했지만, 한 달 넘게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노동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만큼 투입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산공장 노조는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조립하는 ‘다차종 혼류 생산’ 체제인 데다 국내 모든 공장 중에서 ‘시간당 생산 대수(UPH)’가 가장 많아 노동 강도가 제일 세다는 입장이다. 아산공장은 실제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그랜저, 쏘나타, LF쏘나타(택시), 아이오닉 6 등 4개 차종을 혼류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면 울산 1~5공장은 공장별 생산라인이 두 개씩이며, 라인당 생산하는 차종이 1~3개 수준이다.
공장·라인별 UPH도 아산공장이 가장 많기는 하다. 아산공장은 68UPH로, 울산공장의 최대 두 배 이상이다. 울산공장은 1공장 1라인(코나)과 3공장 1라인(아반떼)이 56.5UPH로 제일 많으며, 나머지 생산라인은 26~29UPH 수준이다. 아산공장 노조는 “울산공장의 평균 편성효율이 대략 52%(52명이 할 일을 100명이 한다는 의미)”라며 “그 수준이면 아산공장은 146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아산공장 노조의 요구가 생떼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는 지난달 초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앞으로 공장을 늘려 45초마다 한 대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시간당 생산 대수로 따지면 80UPH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효율이 낮은 울산공장의 인원을 줄여 생산성을 높여야지 효율이 높은 아산공장의 인원을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리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구시대적 노사 단체협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신차종 투입 때 근로조건 등에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으로 인해 회사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발목을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쏘나타는 현대차가 4년 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수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회사는 이달 20일부터 사전계약을 받을 계획이지만, 노조 탓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미래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빈난새/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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