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로 몰린 MMF 투자금…은행위기 재발 부추겨

입력 2023-04-06 16:07   수정 2023-05-06 00:0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 은행업계에서 위기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은행 예금서 유출된 뭉칫돈이 머니마켓펀드(MMF)를 거쳐 미 중앙은행(Fed)의 역레포(RRP·역환매조건부채권)에 묶여있어서다.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예금 유출이 계속되면 은행 시스템 전체가 자금 경색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Fed의 역레포 하루 예치 규모가 2조 2000억달러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에는 평균 1조 5000억달러 수준이었다. 1년 새 46% 증가했다. 역레포는 금융기관이 하루 동안 Fed에 현금을 예치하고 국채를 받는 식으로 이뤄지는 초단기 거래를 뜻한다. 2013년 통화긴축 수단으로 신설됐다.

역레포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가파르게 치솟은 금리 때문이다. 지난해 3월 0% 수준이던 역레포 금리는 지난달 연 4.8%까지 상승했다. 역레포 금리가 예금 금리(연 2%대)를 웃돌자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MMF 자금의 약 40%가 역레포로 유입되고 있다. 100대 MMF가 현금을 회수하는 기간인 가중평균상환기간(WAM)도 약 15일로 단축됐다. 지난 10년간 평균값은 35일이었다. 하루 동안 투자와 상환이 이뤄지는 역레포 투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역레포에 들어간 MMF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위기 여파로 투자자들이 예금을 인출해 MMF로 옮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미국 은행 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630억달러 감소한 17조 3000억달러로 집계됐다. MMF 잔액은 지난 4일 사상 최대치인 5조 6000억달러를 기록했다. 한 달 새 3040억달러 유입됐다.

은행 예금이 MMF로 몰려도 자금이 순환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유동성 위기가 빚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MMF는 주로 양도성예금증서(CD)나 단기 국채 등에 투자한다. 자금을 수령한 금융기관은 이를 은행 예금에 예치한다. MMF를 중심으로 선순환 체계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역레포에 자금이 묶여 순환이 멈출 것이란 주장이다.

스티븐 캘리 예일대 금융안정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은 “역레포에 맡긴 현금은 사실상 ‘죽은 돈’이다”라며 “유동성이 묶인 채 예금 인출이 계속되면 은행의 대출 규모가 축소돼 침체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Fed가 역레포 금리를 인하하거나 예치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Fed가 시장에 강제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반박도 잇따른다. 시장자유주의를 해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과거 역레포를 설계에 참여한 뉴욕연방은행의 전 관료인 브라이언 색은 "Fed가 역레포 금리를 낮춰 투자자를 예금으로 붙들어 놓을 수 없다"며 "만약 금리를 낮추게 되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동시에 Fed 입장에선 통제 수단을 잃어버리는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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