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6일 11: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승강장안전문(PSD) 자회사 현대무벡스 지분 21.13%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 회장이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에 끼친 손해배상금으로 최대 3000억원(이자 포함)을 납부해야 하자 이 중 일부를 보유한 자회사 지분으로 대물변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중인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463주(지분 21.13%)를 약 863억원에 추가 취득한다고 6일 공시했다. 매입 단가는 5일 종가 3485원에 자본시장법상 산술평균가액을 적용한 주당 3573원으로 책정됐다. 주식 취득 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무벡스 지분율은 32%에서 53.13%가 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주식 취득이 "손해배상금 관련 채권회수" 목적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의 손해배상금 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한 매입이라는 얘기다.
현 회장은 지난달 31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패소해 원금 1700억, 지연이자를 포함한 최대 3000억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배상금으로 내야 했다. 현 회장은 2심 판결 직후인 2020년 1000억원을 선납했고, 200억원을 공탁했다. 추가로 내야하는 금액은 1500억~1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 회장이 보유한 자산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83%와 현대무벡스 지분 21.13% 등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 중 현대무벡스 지분의 18.19%는 이미 한국투자증권·한국증권금융·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져왔다. 현대 측은 "이 날까지 현 회장이 담보를 전부 해제하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무벡스 지분 담보대출 금액만 600억원 안팎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 회장은 나머지 손해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에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자산과 어머니인 김문희 여사 등 가족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현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무벡스를 팔아도 세금 내고 기존 주식담보대출 갚으면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며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등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족들이 지원해줄 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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