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출생한 올더스 헉슬리는 영국 명문가 출신으로 이튼과 옥스퍼드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소설, 수필, 전기, 희곡, 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신은 어떤 신세계를 꿈꾸고 있는가. <멋진 신세계> 속 문명국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펴보자. 소설 속에는 문명국과 야만국이 등장한다. 야만국의 야만인은 우리처럼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문명국에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라는 다섯 단계의 계급이 존재하고 각 계급 내에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갈린다. 기계를 조작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알파를 만들고, 지능이 모자라는 엡실론도 자유자재로 생산한다. 흑인의 피가 8분의 1 섞인 ‘8분 혼혈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필요한 분야의 쌍둥이를 무수히 찍어내기 때문에 문명국에선 똑같이 생긴 인간이 떼지어 다니는 것쯤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문명국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탱탱한 외모를 유지하고, 결혼 제도가 없으니 매일 파트너를 바꿔도 손가락질당하지 않는다. 단, 외모 차이가 분명히 존재해 원하는 상대를 다 만날 수는 없다. 거절당해 마음이 상할 때 소마를 삼키고 냄새 풍금에서 뿜어내는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면 금방 상쾌해진다.
어느 날 문명국에 야만인이 등장한다. 원래 문명국민이었던 린다가 임신을 하자 야만국에 버려졌고, 그곳에서 존을 낳고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존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불행한 삶에 진저리 치며 자랐다. 그러던 중 야만국을 방문한 알파 플러스 계급의 버나드에 의해 문명국에 오게 된다. 너무나 깨끗하고 너무나 조직적인 문명국을 둘러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존. 어찌 된 일인지 늘 방글방글 웃고, 맡은 일을 기계처럼 척척 해내고, 소마로 하루 피로를 날리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세익스피어도 모르고 인생의 목표도 없는 그들이 누리는 가짜 행복보다 차라리 불행해지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한다.
존은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한다. 나는 죄악을 원한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말한다. 존의 말에는 최면 구호와 소마로 가짜 행복을 누리는 ‘만들어진 인간’에 대한 비판과 ‘인간성이 맞게 될 위기’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시험관 아기는 이미 오래전 실현됐고 태아를 냉동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인공지능(AI) 챗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된 지금,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상황이다. 소마에 취해 사는 문명국 사람들과 마약이 만연한 요즘 세태가 오버랩되면서 ‘땀 흘려 얻은 보람’과 ‘약물로 인한 일시적 쾌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멋진 신세계>를 읽으며 91년 전의 예측이 어디까지 실현됐는지 따지다 보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어떤 행보를 해야 올바른 삶을 추구하게 될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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