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력에서는 그 하루를 2월에 끼워 넣어 28일이 아니라 29일로 만든다. 이렇게 추가한 날을 ‘윤일’ 또는 ‘윤날’이라고 한다. 양력에서는 4년에 한 번, 2월이 윤달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양력을 1896년 갑오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당시 정한 조선시대 최초의 연호가 건양(建陽·1896~1897)인데, 이는 태양력을 도입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태양력 제도의 시행이 국가적 개혁사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윤달 또는 윤날이 든 해를 ‘윤년(閏年)’이라고 한다. 윤년에 대응하는 말, 즉 윤년이 아닌 해는 ‘평년(平年)’이라고 부른다. 내년, 2024년 2월이 양력으로 4년에 한 번 오는 윤년 윤달이다. 그러니 내년 2월 29일 태어나는 아기는 안타깝지만 생일을 4년에 한 번 맞게 되는 셈이다. 그게 아쉬워 평년엔 2월 마지막 날인 28일에 생일을 치르기도 한다. 또는 음력으로 날짜를 따져 생일을 쇠어도 그만이다.
음력 윤달은 이렇게 평년의 달에 계절을 맞추기 위해 한 번 더 얹어주는 달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공달(空-), 덤달, 군달, 썩은달, 여벌달, 가웃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이 중 표준어로 사전에 오른 말은 윤달과 공달뿐이다. 나머지는 비표준으로 분류됐다. 이는 고유어 계열의 단어보다 한자어 계열 단어가 더 널리 쓰이면 한자어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표준어 규정 3장 2절 22항). ‘윤달’이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고유어인 ‘군달’을 밀어내고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총각무(總角-)’가 이런 방식으로 표준어 대접을 받게 된 대표적 사례다. 한자어가 살아 있는 ‘총각무’는 고유어끼리 어울린 ‘알타리무’와 경쟁관계였다. 하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일상에서 알타리무보다 총각무를 쓰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자 알타리무는 자연스럽게 사전에서 밀려났다. ‘총각김치-알타리김치’ 중에서 총각김치만 표준어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는 음력 2월이 한 번 더 있다. 새로 추가된 음력 2월을 ‘윤이월’이라고 한다. 양력 3월 22일~4월 19일이 윤이월에 해당한다. 윤달이 든 해의, 윤달 앞에 있는 달을 ‘원달(元-)’이라고 부른다. 양력 2월 20일~3월 21일이 원달인 음력 2월이었다.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일상에선 ‘평달’이란 말도 많이 쓴다. 음력 윤달생은 매년 윤달이 있는 게 아니므로 대개 평년엔 원달의 날짜를 따져 생일날을 맞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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