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1년 더 유지됩니다. 시장에선 실망감이 역력합니다. 지난해부터 시장이 침체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망감을 뒤로하고 위안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부가 찍어준 상급지'라는 점과 대기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집값이 가파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내년 4월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될 예정입니다. 2021년 4월부터 지정돼 3년째 규제지역으로 묶인 셈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때 사전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정해 투기 목적 거래를 막기 위해 시행합니다. 실거주를 해야만 집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안된다는 뜻입니다.
구역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입니다.
시장에서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최근 이들 지역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잔뜩 퍼져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도 올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 전용 157㎡는 지난 3일 23억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020년 6월, 18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첫 거래로 당시보다 4억9800만원 뛰었습니다. 목동 '목동신시가지5' 전용 122㎡도 지난달 28일 24억1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역시 2020년 6월 거래된 22억원 이후 첫 거래로, 2억원 상승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도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연장돼 안타깝다"며 "이 제도 때문에 거래 막혀있는 만큼 당분간 거래 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양천구 목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이번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다는 얘기가 있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다시 연장됐다"며 "앞으로 또 1년은 거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쉬워하는 분위기 속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지역을 주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부가 찍어준 곳’이니만큼 이보다 더 확실한 투자처는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현행법상 토지거래허가제는 최대 5년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압·여·목·성'은 2021년부터 구역으로 지정돼 2025년 이후에는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대표는 "이전 정권부터 ‘정부가 규제를 하는 곳이 진짜 집값이 오르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졌다"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강남권 집값이 오른다는 것을 모르는 실수요자, 투자자들은 없지만 정부가 한 번 더 공인한 셈"이라고 했습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도 "올해 초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할 때도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진입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꽤 많았다"면서 "대기수요가 많다고 보면 된다. 제도가 해제되면 집값도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내 집인데 왜 내 마음대로 팔지 못하느냐’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서초구 반포동 등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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