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15: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3년 만의 공기업 ‘IPO(기업공개) 대어’로 기대를 모은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의 IPO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금융주 투자심리 악화로 제값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해서다.
7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다음 달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3월 중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미뤄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대형기업의 IPO가 줄줄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맡았다. 2022년 12월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순자산은 5조411억원이다. 금융기업은 통상 순자산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곱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0.7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는 2조~3조원 규모다.
하지만 최근에 국내 금융기업과 손해보험사의 주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보증보험도 기업가치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기업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SVB가 채권 평가손실을 감내하지 못해 파산한 만큼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보험사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서울보증보험도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인한 주식과 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8111억원의 평가손익이 발생했다. 현금 및 예치금도 작년 12월 기준 1537억원으로 2021년 12월(3031억원) 대비 49.2% 감소했다.
여기에 주택 전셋값 하락이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임차인이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보험료로 지원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업을 하고 있다. 전셋값이 급격하게 하락해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변제금이 늘어난다. 서울보증보험의 보증 가입액은 2020년 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9316억원으로 2년 만에 36.9% 늘어났다.
IPO 시장에서는 조(兆) 단위 기업의 상장 일정이 계속 밀리는 대신 시가총액 1000억~2000원대 중·소형주 기업만 상장하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장세가 좋을 때는 시가총액이 커도 투자금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관망세가 이어지다 보니 규모가 작은 IPO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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