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IHQ가 상장 50년만에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는 유동성도 낮아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IHQ가 소속된 KH그룹 내 상장사 모두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IHQ, KH 필룩스, KH 건설, KH 전자, 장원테크 등 KH그룹 상장사 5곳의 주식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감사 의견 비적정설이 불거져 거래소가 거래를 정지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악재를 공식화 한 건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다. 지난 5일 IHQ는 2022년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의견거절은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사의견을 아예 낼 수 없을 때 받게 된다. IHQ를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은 IHQ가 적절한 통제 절차를 운영하지 않아 투자거래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규정 48조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의 감사 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 거절'인 경우 거래소가 해당 보통 주권을 상장 폐지한다. IHQ 측의 이의신청은 이달 26일까지 진행된다.
IHQ는 1973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현재 배우 장혁을 비롯해 방송인 황제성, 이수지 스포츠인 이승훈, 이규혁 등 3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IHQ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HQ는 'iHQ(옛 코미디TV)', 'SANDBOX+' 등 4개의 케이블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IHQ는 2021년 2월 삼본전자 컨소시엄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KH미디어에 인수되면서 KH그룹 계열사가 됐다.
IHQ에 이어 KH건설, KH필룩스, KH전자도 잇따라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장원테크는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들 상장사 5곳의 소액주주는 18만명에 달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IHQ의 소액주주는 7만2125명으로 그룹 상장사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 외엔 KH필룩스(6만3034명), KH전자(2만58명), 장원테크(1만5285명), KH건설(1만2605명) 순으로 소액주주 수가 많았다.
이 회사들의 재무 상태는 지난해 들어 급속히 악화됐다. 실적이 부진한 데 금리가 올라 이자 비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IHQ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배 이상 늘었다. 영업손실도 322억원에 달해 1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KH필룩스, 전자, 건설과 장원테크도 모두 순손실을 냈다.
IHQ의 경우 유동성도 낮아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IHQ의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5.6%에 불과했다. 유동성비율은 기업의 단기부채 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일반적으로 200% 이상이면 양호한 것으로 본다.
KH그룹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엔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으로 KH필룩스 대표이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KH그룹의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그룹 임원들과 공모해 KH 필룩스 등 그룹 계열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혐의로 배상윤 KH그룹 회장도 입건돼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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