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럽 인류도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청동기시대 동굴에서 나온 머리카락에서 식물성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7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ce Reports)'는 스페인 바야돌리드대학 엘리사 게라-도세 교수팀이 3000여년 전 청동기시대 장례 공간으로 사용된 지중해의 스페인 섬 메노르카 동굴에서 나온 머리카락에서 식물성 환각물질을 검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유럽에서 선사시대에 마약이 사용된 증거가 나온 적이 있지만, 청동기 시대 용기 내 아편 알칼로이드 물질, 의식에서 사용되고 남은 마약 식물 잔류물, 그림 등에 표현된 마약 식물 등 간접 증거가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약 3600년 전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2800년 전까지 장례 공간으로 사용되던 메노르카섬의 에스 카리트스 동물에서 나온 청동기시대 사람 머리카락을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동굴에는 약 210명이 매장됐고, 분석된 머리카락은 약 3000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카락은 일부 사람만 붉은색으로 염색된 채 나무와 뿔로 만든 동심원 무늬가 있는 용기에 담겨 별도 공간에 보관돼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을 분석해 알칼로이드 물질인 스코폴라민과 에페드린, 아트로핀 등 식물성 마약 성분을 검출했다.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은 가짓과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물질로 섬망, 환각, 감각 지각 장애를 유발하고, 에페드린은 특정 관목과 소나무 종에서 추출되는 각성제로 흥분, 주의력, 신체 활동을 증가시킨다.
연구팀은 "머리카락에서 알칼로이드 물질이 검출된 것은 이들이 맨드레이크, 사리풀, 흰독말풀 같은 가짓과 식물들을 섭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 용기에 그려진 동심원이 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약물로 인한 환각 등 의식상태 변화(AMS)와 관련된 내면의 시각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면서 "주술사가 의식을 진행하면서 약용 식물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800여년 전 문화적 변화로 인해 청동기인들이 고대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머리카락이 든 나무 용기를 동굴의 한 반에 봉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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