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 성공으로 교환사채(EB)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낮은 금리로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10개 기업이 EB 발행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곳 늘었다.
이들 기업은 주로 보유 중인 자사주를 활용해 EB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17억달러(약 2조2377억원) 규모 외화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EB 발행에 나선 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던 SK하이닉스는 이자 비용을 낮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후 EB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B는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발행 금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성공적인 EB 발행 소식에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거나 채권 금리가 높은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이 EB를 자금 조달 창구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과거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주로 나섰던 기업들이 EB 발행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한샘 롯데지주 등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건설사들도 EB 발행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 등 장기 투자금이 필요한 성장 기업들도 EB 발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EB 발행 담당자는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활용한 EB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EB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향후 주가가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으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단기간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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