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경쟁사가 추가 감산 중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이런 선택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생산라인 최적화 등 자연적 감산 외에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공표한 게 불과 3개월 전이라 꽤나 당혹스럽기도 하다. 과거 삼성전자는 업황 하락기에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자를 따돌렸고, 이번 다운사이클에서도 같은 전략을 유지해왔다. 갑작스러운 전략 수정은 반도체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출 주도 경제의 총체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 추락은 더 걱정스럽다. 2월 경상 적자는 5억2000만달러로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월(42억1000만달러)보다 규모가 줄어든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상품(-13억달러)·서비스(-20억3000만달러)·여행 수지(-10억100만달러)가 동반 추락한 점은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상수지 적자는 특히 금융시장에 직격탄이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불러 외환시장을 자극하고, 물가와 금리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설상가상 대외 여건도 악화일로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추락한 데 이어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로 벌어지며 본격 침체를 예고했다. 세계 경제 전망도 속속 하향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장기적으로 세계 총생산이 7%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향후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3%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선도 싸늘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올 성장률이 1.5%로 주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진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2.1%이던 성장률 전망을 1.5%로 크게 내렸다.
체감 경기도 한겨울로 내달리고 있다. 적자 전환한 전자산업 외에 해운 정유 철강 화학 등 주력 산업의 1분기 이익은 반토막이 확실시된다. 그래도 정부는 ‘반도체 2분기 바닥’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 기대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올 재정적자가 100조원을 오르내리고 세수 부족은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돈 안 드는 노동·규제 개혁에 가속도를 붙이고 최악을 상정한 비상플랜을 풀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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