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선생님, 내 아이 성적보다 친구관계 챙겨주세요"

입력 2023-04-07 18:20   수정 2023-04-08 01:00

초등학교 교실에 신종 학부모들이 등장했다. 5년 전 서점가를 휩쓴 <90년대생이 온다>가 사회와 회사조직을 바꿨다면, 최근 교육과 소비시장은 ‘1980년대생 학부모들’이 바꾸고 있다.

이들은 성장기에 인터넷으로 온라인에 접속한 ‘웹 네이티브’로 이전 세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통하는 정보의 양이 많고, 다양하고, 빠르다. 교육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이 내 아이의 학업과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공유한다.

관련 해설 영상은 이틀이면 유튜브에 떠 서울 대치동 학부모와 경남 거제 학부모가 비슷한 수준의 입시 정보를 얻게 됐다. 또한 수평적 인간관계를 지향하지만, 필요할 때는 거침없이 집단적인 정치력을 행사한다. 새로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누구인가.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의 저자 이은경은 20여 년간 초등교사, 교육 유튜버, 강사로 활동하며 만난 1980년대생 학부모 1866명을 설문조사했다. 이들은 과거 경제적 여유의 상징이었던 ‘분유를 마시고 자란 첫 번째 세대’다. 어려서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8.9%라는 초고속 성장 시대의 풍요를 누렸다.

하지만 1997년 12월 외환위기의 풍파로 팔자가 뒤바뀌었다.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취업난이 극심해졌고, 부모의 실직으로 인해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사립대보다 국립대,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잘 되는 교대 세무대 철도전문대에 사람이 몰렸다.

저자는 1980년대생들이 바꾸고 있는 변화를 학교, 교육, 일하는 방식, 돈, 취향, 자아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바라는 점 1순위로 ‘자녀의 성적 향상’이 아니라 ‘친구 관계 길러주기’를 꼽았다. 1980년대생 학부모들은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입시 지옥과 성적 만능주의를 몸으로 겪으면서 각종 부작용을 봤다. 성적보다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새로운 교육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가정, 학교, 회사에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는 1980년대생 학부모에 관한 전형적인 트렌드 보고서다. 저자는 말한다. “1980년대생 학부모를 안다는 것은 미래 대한민국을 점치는 일입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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