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5년간 총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2차전지 소재 등 미래 전략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작년 말 불거진 롯데건설발(發) 자금 경색 우려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완전히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미래 핵심사업 육성을 위한 공동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4개 은행은 향후 5년간 총 5조원의 자금을 대출한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협약을 △2차전지 소재 △수소·암모니아 △리사이클·탄소 저감 △바이오 등 미래 사업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협약에는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바이오로직스 6개 회사가 참여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조달한 자금은 당장 올해 말 착공 예정인 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1공장 건설에 투입할 것”이라며 “‘지원’ 성격인 만큼 이자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다국적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공장 인수를 최근 완료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총 3조7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 연산 36만L 규모의 플랜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는 양극박·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등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이 작년 말 불거진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은행권이 자금줄을 조이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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