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누명을 쓴 양관수 일본 오사카경제법과대학 교수와 그 가족 14명이 국가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1987년 9월 장의균 씨가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엽합회(조총련)와 접촉해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안기부는 장 씨에게 지령을 내린 인물로 양 교수를 지목했다.
1982년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던 양 교수는 안기부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명수배됐다. 이후 1998년 귀국해 검찰 조사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심은 양 교수와 가족들이 안기부의 위법한 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보도자료 배포와 불법 구금이 위법하다고 인정했으나, 지명수배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보지 않았다. 2심은 "(안기부의 지명수배는)수사기관 내부의 단순한 공조나 의사 연락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이뤄진 수사 발표, 보도자료 배포, 원고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또 양 교수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만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에 포함하고 불법 구금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본 원심 판단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의 2018년 결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에는 민법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수사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 구금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을 구성하는 부분인 만큼 일부만 떼어내 과거사정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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