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 원전 고리2호기(부산광역시 기장군 소재)가 운영 허가 만료로 40년 만에 발전을 중단했다. 고리2호기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0년 '계속운전' 절차에 돌입했다면 중단 없이 재가동될 수 있었지만 당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절차에 착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2호기는 지난 8일 오후 10시 운영 허가 기간(40년)이 종료되면서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1983년 4월 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 아직 가동이 중단될 시점이 아니지만 지난 정부 시절 제때 '계속운전'(예상 수명에 도달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해 문제가 없을 경우 운전을 계속하는 것) 절차를 시작하지 못했다.
원전을 계속운전하려면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의 절차에 3∼4년이 소요된다. 고리 2호기의 당시 법령상 계속운전 신청 기한은 수명 만료 최소 2년~최대 5년 전이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법령상 기한이 지나도록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못했고, 결국 가동이 중지됐다.
고리2호기 가동이 영구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한수원은 원전 생태계 복원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 들어 고리2호기의 재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고리2호기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2025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길 예정이다. 다만 한수원 계획대로 재가동된다 해도 최소 2년 2개월은 중단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고리2호기는 330만 여 명의 부산시민이 약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9만5560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했다. 고리2호기가 가동된 약 40년 간 한수원은 3248억원 규모의 설비 개선 투자 등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를 '장기 계속운전'(LTO)할 경우 설비교체, 기술진보, 운영 효율성 제고로 인해 최초 가동 시보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나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리2호기의 경우에도 최초 시운전을 시작한 1980년부터 10년간 불시정지 건수가 연평균 7건이었지만, 2008년부터 10년간 불시정지는 2건에 불과했다. 한수원 측은 "원전의 설계 수명은 운영 허가 시 안전 평가를 위해 가정한 최소한의 기간일 뿐"이라며 "시설의 실제수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주요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원자력이 kWh(킬로와트시)당 52.5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239.3원,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191.7원과 191.5원으로 나타났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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