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UBS 일으킨 구원투수…'CS 인수' 해결사로 돌아왔다

입력 2023-04-09 18:13   수정 2023-04-10 02:06


“세르조 에르모티는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의 고객, 직원, 투자자 그리고 스위스 모두에 필요한 성공적인 통합을 이룰 인물이라고 확신합니다.”

컴 켈러허 UBS 회장은 CS를 인수한 UBS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에르모티를 낙점한 사실을 지난달 29일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켈러허 회장은 “에르모티는 UBS의 CS 합병을 실행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UBS가 에르모티에게 CEO를 맡긴 걸 두고 세계 금융계에서는 “CS를 인수한 UBS의 구원투수로 3년 만에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에르모티가 UBS 사령탑에 앉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1년부터 9년 동안 UBS를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고 회사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UBS에 돌아온 에르모티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그가 CS와 합병한 UBS를 조속히 정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서 입지를 구축할지, CS의 부실을 떠안으며 추락하는 사태를 막지 못할지를 놓고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CEO를 지내는 동안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으로 UBS를 구원했던 에르모티가 이번에도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후 UBS 살려
에르모티는 지난 5일부터 ‘부메랑 CEO’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부메랑 CEO는 과거에 CEO를 지냈다가 복귀한 인물을 뜻한다.

에르모티가 처음 UBS의 CEO로 취임한 것은 2011년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한 와중에 UBS 런던지사에서 파생상품 임의 매매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신뢰마저 추락한 때였다. 당시 그는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 거래 부문 직원 1만 명을 구조조정하는 등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에르모티는 주주총회에서 “집을 재건축하려면 벽 몇 개를 허물어야 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UBS 안팎에서는 문제가 된 투자은행 부문의 영업을 접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는 프라이빗뱅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늘리며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과감하게 펼쳤다. 투자은행 부문에 힘을 실어 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 결과 UBS는 위기를 극복하고 스위스 주요 투자은행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당시 에르모티는 “리더는 자신의 직감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에르모티는 여전히 솔직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평가다. 그는 UBS CEO로 복귀한 뒤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앞으로 변화와 어려운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에르모티는 “고객에게 계속 집중하고 사업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객을 잘 지원하고 우수한 운영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CS와 UBS 모든 직원을 공정하게 대우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르모티는 최근 이탈리아 신문 일솔레24오레와의 인터뷰에서 CS를 인수한 UBS가 지나치게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UBS의 성공적인 사업 전략을 통합 은행에서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관리 사업을 중심으로 두고, 투자은행 부문의 위험을 잘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15세에 입문한 ‘타고난 은행가’
에르모티의 자신감은 48년 경력의 타고난 은행가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에르모티는 스위스 남부 루가노에서 태어났다. 그가 처음 금융업계에 뛰어든 것은 15세 때였다. 에르모티는 학교를 그만두고 루가노에 있는 코르네르은행에서 주식 중개인 수습생으로 일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 훈련 시스템(VET)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에르모티의 공식 학력란에는 ‘스위스 정부가 인정한 은행 전문가’란 문구가 적혀 있다.

에르모티는 1985년 씨티그룹에 입사했다. 주식 연계 상품을 거래하는 업무를 맡았다. 2년 후인 1987년에는 메릴린치로 이직해 글로벌증권담당 공동대표와 투자은행 부문 이사에 올랐다. 이때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AMP)을 수료했다. 그가 솔직한 말투와 깔끔한 차림새의 트레이더 출신 CEO로 통하는 이유다.

2005년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로 영입됐고 2년 후 부대표까지 올랐다. 그러나 CEO에 발탁되지 못하고 2010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2011년 4월 UBS에 합류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대표로 활동하다가 6개월 뒤 UBS CEO에 올랐다. UBS를 떠나선 스위스리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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