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보장하는 모빌리티 환경 조성해야
오는 9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가 퇴출된다. 파리시가 전동 킥보드로 인한 안전사고 급증에 '퇴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러자 모빌리티 업계에선 개인형 모빌리티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첫 사례로 여기며 적지 않은 파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모빌리티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먼저 이번 파리시의 결정은 모빌리티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시민 투표에서 89%의 압도적인 표결로 폐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운 이동 수단, 즉 '탈 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파리의 경우 지난해에만 408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459명이 다쳤다.
국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사이 총 3,421건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45명이 사망했다. 특히 2021년에는 1,735건으로 전년 대비 93%나 사고가 증가했다.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사망자 역시 26명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새로운 탈 것이 등장하고 퍼지면서 관련 사고 증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셈이다.
물론,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마련 중이다. 한국은 2020년 11월부터 최고속도 25㎞/h, 총중량 30㎏ 미만인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했다. 마땅한 법이 없어 인도를 누비던 전동 킥보드를 도로 가장자리나 자전거도로에서만 탈 수 있도록 유도했다. 2021년 5월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시 운전면허 소지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며 늘어난 사고에 대응했다. 지자체 역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무분별한 전동 킥보드 주차로 인한 사고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0여개의 PM(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주차구역을 신설했다.
일본의 경우 2022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며 전동 킥보드 관련 조항을 대폭 수정했다. 전동 킥보드 운행 시 면허 필수 조항을 없앤 대신 번호판을 교부해 사고나 교통법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헬멧 착용은 필수 사항에서 권장으로 전보다 완화했다. 하지만 이용자는 책임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사고 발생으로 인한 여러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무게 20㎏ 이하의 전동 킥보드를 소형 전동 자전거로 분류하며, 최고속도가 6㎞/h 이하 제품일 경우 인도 통행이 가능해졌다.
미국은 전동 킥보드에 관한 연방법이 따로 없다. 다만 주마다 상이한 레귤레이션이 존재한다. 전동 스쿠터 산업이 태동한 캘리포니아주는 최고속도를 시속 15마일(약 24㎞/h)로 제한하며 자전거도로만 운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에서 최고속도를 시속 20마일로 제한한 것보다 강력한 조치다. 뉴욕주는 최근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의 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표했다. 뉴욕주의 모든 개인형 모빌리티는 배터리 테스트 및 인증 회사인 UL 솔루션에서 지정한 배터리 표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법안을 따라야 한다. 또한 배터리의 재판매를 금지하고 재생 역시 엄격히 제한한다.
여러 방안 가운데 정답은 없다. 그러나 방향성은 인간이 개인형 모빌리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으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사람이 이용하는 수단이기에 지속가능성을 위해 안전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자동차나 기차도 도입 초기에는 많은 사건 사고를 유발했다. 일제 강점기엔 전차가 도입된 지 일주일 만에 어린이 사상자를 내자 사람들이 전차를 불태워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두 이동 수단은 잘 달리고 있다. 인간의 본능인 이동을 결코 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에 대한 빠른 진단과 효과적인 해결책 강구가 필수적이다.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환경을 위해 정부와 제조사가 머리 맞대고 끊임없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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