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한국 게임업계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2’ 등이 줄줄이 현지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이 ‘한한령’을 내놓자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2017~2019년 3년간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받은 외자 판호는 전무했다. 2020년(1건), 2021년(2건)에도 판호를 따낸 한국 게임은 소수에 그쳤다.
개선 조짐이 보인 건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12월에 한국 게임 7종에 대한 판호가 나온 데 이어 3개월 만에 무더기로 또 한국 게임에 판호가 발급됐다. 판로가 다시 열리자 국내 게임사들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중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12월 판호를 따낸 게임 ‘에픽세븐’의 중국 사전 예약을 지난달 30일 개시했다. 연내 중국 즈룽게임즈를 통해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달 12일엔 로스트아크의 중국 사전 서비스도 실시하기로 했다.
넥슨게임즈도 지난달 31일 ‘울람당안’라는 중국판 이름으로 블루 아카이브의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같은 날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 킹덤’의 중국 배급사를 공개하고 이른 시일 내에 중국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넷마블도 판호를 획득한 게임 4종을 연내 중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신의 게임 업데이트 속도는 한국 게임사의 개발 속도를 추월하는 수준”이라며 “콘텐츠의 질적, 양적 우위에서 모두 한국 게임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게임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2658억위안(약 51조원)으로 전년(2965억위안) 대비 10.4% 줄었다. 게임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0.3% 감소한 6억6400만 명을 기록했다. 시장 확장에 발맞춰 신규 사용자들을 새 게임에 끌어들일 수 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중국 서비스를 개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당일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판호 개방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도 변수다. 2021년에 2월 국산 인디게임인 ‘룸즈’가 판호를 받은 뒤 같은 해 6월 펄어비스 모바일이 판호를 따냈지만, 이후 새 판호가 나온 건 1년6개월이 지나서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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