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수학을 이용해 게놈(인간 유전체)의 3차원 구조를 새롭게 밝혀냈다.
KAIST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서울대 기계공학부 신용대 교수, 부산대 최정모 교수 공동 연구팀은 세포핵 내 게놈의 3차원 구조 생성 원리와 이를 조절하는 매개 인자를 '행렬 분해기법'을 통해 처음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염색체 간 상호작용 분석에 행렬 분해기법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렬은 인공지능(AI) 설계에 필수적인 선형대수학의 분과 학문이다.
30억개의 염기 쌍으로 이뤄진 이중 나선 구조의 DNA가 모여 염색체가 되고, 염색체가 모여 게놈이 된다. 게놈의 3차원 구조는 암, 노화 등 다양한 질환의 발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다만 게놈의 3차원 구조 연구는 염색체 내부에서 주로 진행됐다. 염색체와 염색체 간 3차원 구조 연구는 범위가 넓고 실험 기법이 마땅치 않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제1저자인 KAIST 생명과학과 주재건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게놈 3차원 데이터에서 염색체 간 상호작용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고차원 행렬을 저차원으로 줄이는 행렬 분해기법(NMF)을 써서 복잡한 게놈 내 염색체 간 상호작용을 단순화했다. 예를 들면 무수한 단백질 모양을 접힘, 뒤틀림 등으로 단순화하는 것처럼 염색체 간 상호작용을 단순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NMF를 염색체 간 상호작용에 적용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HiCAN'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핵 스페클(막이 없는 구조체) 주위에 위치한 염색체 간 상호작용이 여러 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 상호작용을 'MAZ 단백질'이 매개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이들 과정은 DNA 이미징 기법으로 증명했다.
KAIST 관계자는 "염색체 간 상호작용이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과 달리 핵체와 게놈 사이 상호작용을 통해 확률적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실험 기법의 한계로 인해 가려져 있던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과학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 research)'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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