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5·사진)의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고 성적은 첫 출전한 2020년 대회에서 거둔 공동 2위다. 올해 대회 최종라운드에선 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16위를 적어냈다.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는 성적인데, 임성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드’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덕분이다.
임성재는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우즈와 언제 한번 같이 쳐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동반 라운드하게 돼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성재는 전날 열린 3라운드에서 우즈와 한 조로 경기했다.
임성재는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우즈와의 경기였는데 비가 많이 와 7개 홀만 치고 중단돼 아쉬웠다”며 “우즈가 부상 때문에 이동 속도도 느렸고 집중도 잘 안 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우즈는 3라운드 잔여 경기를 앞두고 ‘족저근막염’을 이유로 기권했고, 임성재의 ‘꿈의 라운드’도 일찍 끝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임성재는 우즈에게 반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임성재는 “옆에서 보니 실수가 나와도 멋있고, 그냥 사람 자체가 다 멋있어서 나는 갤러리가 된 듯했다. 같은 남자지만 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반면 임성재는 우즈와 함께한 홀에서 3타를 줄였다. 임성재는 “우즈한테 잘 보이려고 더 집중한 것 같았고 스윙도 잘됐다”며 “우즈가 너무 힘들어하는 상황이어서 별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임성재가 꼽은 자신의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는 2라운드 마지막 홀. 이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넣은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두 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이 상황을 두고 그는 “못 넣으면 탈락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내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며 “오늘은 하루에 28개 홀을 도는 강행군이었는데 체력 문제 때문에 4라운드에 들어선 티샷이 흔들리는 등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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