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후원할 선수를 고를 때 스타성이나 성적 등을 우선으로 본다. 주목도가 높고 TV에 자주 노출되는 선수를 잡는 게 기업 입장에선 효과가 확실하고 안전하다.
그랬을 때 KB금융그룹의 행보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인비(35)와 전인지(29)다. 두 선수 모두 한 때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이른바 '민모자'를 쓰고 뛸 때가 있었는 데, 가능성만 보고 이들에게 후원을 약속한 게 KB금융이었다. 이후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금메달, 전인지는 여자PGA챔피언십 등을 제패했다.
지난 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예원(20)과 KB금융이 연을 맺은 계기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예원은 올해 정규(1부)투어 2년차이지만, KB금융 모자를 3년째 쓰고 있다. KB금융이 그가 드림(2부)투어에서 뛰던 2021년부터 후원 계약을 일찌감치 체결했기 때문이다. 2부 투어에서 금융기업으로부터 '메인 후원'을 받는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예원은 KB금융이 운영하는 '골프 유망주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선수다. 이예원은 KB금융이 유망주들을 위해 개최한 '2018 KB금융그룹배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예원 선수의 도전 정신과 흔들림 없는 멘털, 성실함에 주목했다"며 "곧바로 2021년에 메인 스폰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선수들을 후원하는 데 KB금융은 2012년부터 10년동안 대한골프협회(KGA)에 해마다 발전 기금 3억원씩, 총 30억원을 지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브랜드 노출도 중요하지만, 유망주와 기업이 함께 커나간다는 이미지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KB금융이 2020년부터 시작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디 후원 프로그램도 후원 시장에서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캐디들 50여명을 후원하며 'KB금융그룹' 모자를 쓰게 하고 있다.
KB금융은 앞으로 주목도가 덜 한 유망주와 '라이징 스타'에 대한 후원을 지속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아마추어 골퍼 박예지(18), 이정현(17) 등을 영입했고, 최근에는 동남아 사업영역 확장에 맞춰 '태국 골프 신성' 나타크릿타 웡타위랍(21)에게 베팅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골프 꿈나무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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