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면서 소송에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징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변협은 10일 상임이사회에서 권 변호사에 대한 직권 조사 승인 요청 안건을 가결했다.
변협 측은 조사 개시가 결정되면 권 변호사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청할 예정이다.
조사위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위가 징계 여부를 결정하면, 상임이사회는 징계 개시 청구 안건을 상정하고 이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징계 결과는 7~8월을 전후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알린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소송을 대리하면서 항소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했다.
1심에서 유족이 일부 승소한 부분도 있었으나 권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아 항소심에서 전부 패소로 뒤집혔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이 사실을 5개월 동안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었다.
유족은 조만간 권 변호사가 몸담았던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학폭 피해자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권 변호사를 겨냥한 비판 기사를 이제는 그만 멈춰달라. 내 딸은 숨졌지만 권 변호사도 딸을 둔 엄마라 딸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더라"라며 "기운을 차리고 정신도 바짝 차려서 우리 사건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끝까지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기 드분 변호사 재판 불출석으로 인한 패소 사건에 변호사들도 개탄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자기 사건에 3회 불출석해 소 자체를 취하하는 건 난생처음 본다"면서 "대부분 복대리(다른 변호사가 대리해 출석하는 것)를 해서라도 재판에 참석한다. 권 변호사가 재판의 존재 자체를 아예 잊고 있었거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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