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류 수입은 대폭 늘었지만 수출은 정체됐습니다. K막걸리 K소주도 K팝 K드라마처럼 경쟁력이 있어 정부와 대기업의 적절한 지원만 이뤄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주 등 한국 술은 인지도 부족과 인적·물적 인프라 한계로 수출이 사실상 막혀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세청은 전통주 등 중소 주류 제조업체의 수출 지원을 위해 민·관 합동 ‘K리큐어 수출 지원 협의회’를 이날 발족했다.
협의회는 박성기 막걸리수출협의회장과 정재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공동 단장을 맡아 해외 시장 정보 수집, 수출 노하우 공유, 교육·기술 지원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도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국세청은 주세 징수뿐 아니라 주류 제조·유통 면허 승인, 제조시설 관리, 교육·육성 등 시장 전반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다. 김 청장은 “주류 부문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됐다”며 “주류업체의 해외 판로 개척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류 부문 무역적자는 1조324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6248억원)의 두 배로 늘었다. 전체 주류 수출액의 81.1%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편중이 심해 중소 주류 제조업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김 청장의 판단이다.
김 청장은 “중소 주류 제조업체의 80%가량이 수출을 희망하지만, 주류 관련 규제 등 해외 시장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여러 부처와 주류 관련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수출 정보를, 대기업은 오랜 기간 쌓은 수출 노하우를 중소업체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사케 하면 일본, 보드카 하면 러시아를 떠올리듯 ‘한국 술’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우리 술 개발이 시급하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업해 조만간 한국 술을 브랜딩하고 상표도 등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산 위스키산업 발전을 위해 위스키 주세 체계를 맥주 막걸리처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산과 수입 주류 간 형평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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