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만 입고 쇼핑한 여배우 사연에 브라질 대통령도 분노

입력 2023-04-11 10:09   수정 2023-04-11 10:49


브라질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흑인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 쇼핑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해 화제다. 이 여성은 해당 마트에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은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이런 시위를 벌였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7일 파라나주 주도인 쿠리치바의 창고형 매장인 아타카당에서 한 직원이 흑인 여성을 따라다니며 감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브라질 배우이자 강사인 이사베우 올리베이라(43)는 당시 가족과 함께 딸의 분유 등 식료품을 사기 위해 이 마트를 찾았다. 그는 "내가 가는 곳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며 "이상해서 쳐다보면 딴청을 피우다 다시 자리를 옮기면 쫓아왔다"고 주장했다.

'잠재적 절도범' 취급을 받는 듯해 불쾌함을 느낀 올리베이라는 그 남성에게 다가가 "내가 가게에 어떤 위해를 가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남성은 "그런 일이 없다"며 자신을 쫓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불쾌한 상황이 가시지 않자 올리베이라는 결국 업체 측에 이를 고발했다. 그러나 그가 마트로부터 들은 답변은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부당한 접근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말뿐이었다.

이에 올리베이라는 "부당한 인종차별"이라며 다시 매장을 찾아 속옷만 입은 채 카트를 밀며 항의하기로 했다. 그는 몸에 '나는 위협인가'라는 문구도 적었다. 이 매장은 2007년 프랑스 업체인 카르푸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 체인 중 한 곳으로 전해졌다.

올리베이라는 항의하는 자기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공개했고, 그의 사연은 온라인에서 널리 확산하며 논란이 커졌다. 누리꾼들은 카르푸의 미온적 대응을 거세게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이날 3기 정부 출범 100일 연설 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브라질에서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르푸 경영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본국에서 (차별을)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매장 측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에서 카르푸 측 차별 문제는 지난 2020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히우그란지두술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리에서는 흑인 남성이 경비원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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