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노조·수도권주의에 할 말 하는 홍준표…광역시장 평가 1위 '기염'

입력 2023-04-11 16:11   수정 2023-04-11 16:16

홍준표 대구시장이 민선 8기 대구시장에 취임한 지 9개월째를 맞으면서 대구가 그 어느 때 보다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대선급 주자였던 그가 내건 슬로건은 파워풀 대구, 대구굴기 등 힘 있고 선이 굵다.

정치 경제 사회 현장에서 논란과 함께 평가가 엇갈리지만 일단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는 역대급이다. 리얼미터가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 따르면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7위로 시작한 그의 순위는 지난 2월 4위까지 올라갔다. 특별·광역시장만 놓고 보면 취임 직후 7월 3위에서 올해 2월 1위에 올랐다. 3대 도시의 명성을 뒤로하고 갈수록 쇠락해온 대구의 사정을 감안할 때 대구시장이 1위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시민과 정치, 경제 전문가들은 대구의 숙원사업들을 헤쳐 나가는 그의 정치력과 지방과 대한민국 공존을 위한 큰 고민에서 찾고 있다.

터부시되던 국가적 아젠다를 대구시장 자리에서 과감히 던지고 성공사례를 만드는데 시민과 국민들까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치 분야에서 발휘돼 온 그의 장기가 지방자치(광역시) 행정과 미래 신산업 육성, 도시 대개조를 만나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지방과 국가적 아젠다를 고민하는 방식은 ‘근본적’이고 ‘철학적’이다. 쟁점 사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懷疑)하고 첨단정보를 바탕으로 옳다고 판단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 돌파 한다. 집단이기주의나 노조, 특정 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과거 공안 정권 때보다 더 할 말을 못하는 사회가 된 역사의 퇴행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의 신선함과 폭발력이 무게를 더한다.

그는 웬만한 일정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4000원짜리 점심을 한다. 이렇게 줄인 간부 공무원 업무 추진비가 올해 2억5800만원이다. 시는 2026년까지 1조 5000억원 빚을 더 갚아 특·광역시 중 2위인 시 채무 비율 19.2%를 6.4%까지 낮출 계획이다.

점심값과 재정혁신도 중요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점심시간과 각종 행사에 참여해 인사말로 허비할 시간을 아껴 지방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집중하는 그의 면모다. 나라의 위기 앞에서도 유권자와 표 계산 때문에 행사에 기웃거리는 많은 지도자와 대비되는 그가 가진 최고의 오리지낼리티다.

무임승차 어르신 연령을 연차적으로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한 것도 그의 오리지낼리티에서 나온 성과다.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 있는’ 많은 국민들의 우려에도 정치적 유불리나 반발이 두려워 감히 꺼내지도 못한 문제였다. 홍 시장은 도시철도는 무료이지만 버스는 유료인 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문제를 끄집어내 광역 단위 버스 무임승차도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효과가 불분명했던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 변경, 불합리한 지방자치권 요구, 댐 물을 식수로 사용하자는 맑은 물 하이웨이 등 국가적 아젠다 제기에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홍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한 산업 재배치와 이를 위한 국제공항 건설이다. 그는 자신의 임기 4분의 3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에 걸었다. 안될지도 모르는 일에 배수진을 쳤다. 기업을 정치적으로 압박하지 않고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지방에도 만들자는 시장 중심적 논리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인천공항 일극 체제에 반대하며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4대 관문공항론을 일관성있게 주장해왔다.

최근 700억원을 대구에 투자한 대구의 한 창업 기업인은 “홍 시장의 정치력에 기대를 건다”고 했다. 그는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수도권 중소기업은 25%의 투자세액 공제를 받는다”며 “수도권에만 혜택이 간다면 대구에 본사를 둔 자신도 수도권에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성적 이미지에도 불구 대구시장 홍준표의 ‘국민적’ 인기에는 기득권, 노조,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해 ‘할 말 하는’ 자유와 ‘시장 중심’의 철학이 깔려있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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