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변하고 있다③] “韓기업, 경쟁력 높이려면 글로벌 인재 확보해야…’인재 쟁탈전’서 이기려면 유연근무제도 도입이 우선”

입력 2023-04-11 10:16   수정 2023-04-11 10:21

[조직문화가 변하고 있다①] 출근 고집하는 CEO vs 떠나는 인재들···기업 성패 좌우하는 '조직문화'


[조직문화가 변하고 있다②] “유연근무가 기업 생산성에 ‘효과적’, 알지만 도입 꺼리는 경영진들…문제는 ‘신뢰’”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변화가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 중 기업의 조직문화도 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생산성 그리고 인재 확보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조직문화의 변화에 많은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경잡앤조이>에서는 엔데믹 전환으로 달라지는 조직문화, 글로벌 기업이 지향하는 기업문화에 대한 기획을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채용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자국의 인재 확보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데, 글로벌 인재 확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유지하며,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경기 침체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역시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은 다방면의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 중 채용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키(key)이자 성장 동력 중 하나다. 똑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의 채용은 더욱 중요하다. 채용 역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기업들의 기준점이 달라지고 있다. 원격근무를 통해 글로벌 채용이 화두가 되면서 보다 나은 인재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용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 그리고 미래 채용의 변화를 새뮤얼 다한 딜 글로벌 고용연구소장을 통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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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다한(Samuel Dahan) 딜 글로벌 고용 연구소장(Deel Lab for Global Employment )
? 2014년~ 퀸즈대학교 법학교수
? 2014년~ 코넬대학교 로스쿨 겸임교수
? 2018년~ Conflict Analytics Lab 갈등분석 연구 리서치 컨소시엄 설립 (법률, 컴플라이언스, 분쟁 해결 관련 AI 기술 연구)
? 2019년, EU 지적재산권 사무소 임명
? 2020년, EU 지식재산권청(EUIPO) 상표분쟁 기술 타당성 연구 진행


*딜 글로벌 고용연구소(Deel Lab for Global Employment) 는, 해외 채용과 글로벌 HR 관련 정책 연구를 하는 R&D센터다. 딜의 100개국 이상, 1만5천여곳의 고객사 채용 데이터와 국제적 고용 이슈들을 기반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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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딜(Deel)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나.
"현재 딜(Deel) 글로벌 고용 연구소장으로, 글로벌 고용과 노무 규정에 관한 연구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연구소장 외에도 캐나다 퀸즈대학교와 코넬대 로스쿨, 프랑스 파리 도핀 법학대학교에서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외 경력이 화려하다고 들었다.
"이전에는 유럽연합(EU) 공무원으로, EU 사업재판소에서 재직했었다. 운동에 취미가 있어 킥복싱과 태권도로 프랑스, 영국 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적이 있다."

‘딜 글로벌 고용 연구소’가 2022년에 설립됐다.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지 소개해 달라.
"딜 글로벌 고용 연구소는 글로벌 HR 플랫폼 딜(Deel)의 연구 및 정책 컨소시엄이다. 딜 고용 연구소는 퀸즈대학교의 노동 정책 연구소인 Conflict Analytics Lab과 협력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데이터를 취합해 글로벌 고용 정책의 미래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채용 관련 정책의 발전을 위해 3가지 핵심 이니셔티브를 주축으로 연구를 수행 중인데, AI 기반의 컴플라이언스(규정준수) 기술 개발, 데이터 중심의 정책 지침 발표, 학계 및 HR 업계 전문가 네트워크 확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 "



경제전망은 암울해진 반면, 글로벌 채용은 증가…경제 성장 중인 국가에서는 회계전문가, 교육자, 변호사 등 글로벌 채용 비중 늘어나




최근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에서의 글로벌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리포터가 꽤 흥미로웠다.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채용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2022년 후반부터 경제 전망은 더욱 암울해졌지만, 글로벌 채용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근로자들이 보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채용을 선호했다는 것이 자료에 드러난다. 글로벌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풀에서 저마다의 비즈니스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인재를 고용하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원격(화상)근무, 글로벌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의 확산으로 근로자들도 글로벌 기업에서의 원격근무 기회를 찾기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딜을 통해 2022년 계약한 글로벌 채용 통계를 보면 89%가 원격 근무 계약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향후 글로벌 채용의 전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측하나.
"전통적으로 원격근무는 테크 분야에서 두드러졌지만 딜의 2022년 자료를 보면 테크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과 회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직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국가에서는 글로벌 채용 직무 중 회계전문가와 테라피스트, 교육자, 변호사 등에 대한 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이 자국 인재가 아닌 글로벌 채용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모든 기업에 인재 채용은 중요한 부분이다. 수년 동안 뛰어난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시드니, 서울과 같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됐고, 이는 임금 상승, 인건비 상승과 함께 기업 재무구조 타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의 기업은 어떤 경제적 여건에서도 장기적으로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최고의 인재를 확보해 자본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도 그러한 선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능력이 비슷한데 인건비가 차이 나는 인재 2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인재를 선택하게 될까’라는 질문이 글로벌 채용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몇 달간 우리 사회는 경기 침체로 일부 직무에서 두드러졌던 높은 수준의 급여가 지속 불가능한 것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인도나 싱가포르 엔지니어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도 바로 이러한 글로벌 채용의 이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제가 알기로 한국의 기업들은 국내 인력 채용에 집중하고 있는데, 글로벌 인력 채용과 조직 내 다양성 확충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유지하며,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요건도 궁금하다.
"기업이 글로벌 채용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다른 법률을 준수하고 다양한 지역, 배경의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용주는 근로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법을 준수해야 하고,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기업이 직접 여러 국가의 컴플라이언스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딜 서비스와 같은 기록상 고용주(Employer of Record, EOR) 모델을 활용하면 해외 법인 설립 없이도 국가별 법률을 준수하며 현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진출과 국경 없는 서비스 제공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확장 기업의 해외 채용을 돕는 기록상 고용주(EOR)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21년의 4,236만 달러에서 2028년 6,795만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근무제도 기업-근로자 간 ‘뜨거운 감자’…원격근무는 최고 인재를 찾는 ‘특전’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한국 기업에서는 자율근무제도(재택근무)에서 기존 출·퇴근 근무제로 회기하고 있다. 기업은 출퇴근제로, 근로자는 자율근무제도를 고집하며 기업과 근로자의 입장이 대립되는 상황이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며,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하는 근무제도 방향은 무엇인가.
"근무제도는 최근 조직 심리학자와 경제학자 사이에서 뜨겁게 논의됐던 이슈다. 최근 주2일 사무실 출근의 하이브리드 근무가 업무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이상적 근무제도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면 스탠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출근 근로자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생산성의 차이는 미미하다고 보여진다. 딜의 채용데이터를 보면 원격근무가 최고의 인재들이 찾는 ‘특전’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기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활용해 ‘인재 쟁탈전’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긱 워커의 증가로 인해 근로 형태 및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나.
"긱 이코노미는 노동 시장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지만, 소수의 근로자만이 생계를 위해 긱 이코노미에 의존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근로 형태가 등장함에 따라 글로벌 근무라는 개념이 변화를 겪어왔다고 생각하는데, 과거에는 해외 취업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했지만, 오늘날 다국적 기업(MNE)은 점점 더 글로벌 원격 작업(GRW)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전 세계적인 변화가 계기가 되어 고용 형태나 근로 형태가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원격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과 인프라의 보급이 사람들이 근무하고 협업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노마드도 증가할 수 있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각국의 기업 채용 문화, 직무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지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채용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적으로 채용 문화와 HR 트렌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딜의 2022년 글로벌 고용 보고서에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지점들이 있는데, 첫째, 2023년에도 경기 침체로 인한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이 계속될 수 있는 반면, 글로벌 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채용 문화와 많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원격근무나 국경 없는 채용을 더욱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생활비, 그 중 특히 주거 임대료와 글로벌 원격근무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두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런던이 여전히 글로벌 원격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도시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원격 근무자들이 물가가 비싼 도시를 떠나지 않게 하는 사회적 또는 문화적 관성을 나타낸다. 앞으로 이 추세가 어떻게 바뀔지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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