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인의 해외근무 기피 현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환율 인상 등으로 높아진 체류비, 자녀 교육 문제, 맞벌이 부부 증가, 가족과의 떨어짐, 평생직장 개념 약화, 치안 등이 해외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해외근무 장점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해외근무를 독려할 수 있는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결과를 보면, 젊은 세대는 일을 선택할 때 연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2018년에는 "연봉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이 26%였는데, 2021년에는 34%까지 치솟았다. 전세계 MZ세대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딜로이트 ‘MZ세대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생계비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직무 선택은 물론이고, 해외근무를 독려하는데 있어 보상과 처우는 가장 신경써야 할 요소로 보인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은 해외근무 기피를 해결할 방법으로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접근이 글로벌 모빌리티를 높이는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을까?
회사와 직원은 기본적으로 ‘고용’이라는 거래적 관계로 연결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직원이 고용관계를 어떤 심리상태로 받아들이냐이다. 과거에는 ‘충성심’이 고용관계에 깔린 지배적 가정이었다. 조직에 충성하고 헌신적으로 일하면 회사는 이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지급하는게 충성심에 기반한 고용관계 모습이다. 구성원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한다는 그 자체에 만족한다는 가정이다.
충성심에 기반한 고용관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긴다. 바로 ‘몰입’을 중시하는 고용관계의 등장이다. 조직몰입은 조직에 대해 구성원이 가지는 일체감, 애착 등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조직목표를 수용하고 조직에 헌신하려는 마음가짐 또는 좋지 못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근무하려는 의지 등을 의미한다. 치안이나 교육환경 등이 열악하더라도 조직과 개인 성장을 위해 해외근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성원의 모습이 조직몰입의 한 예이다. 몰입에 기반한 고용관계에서는 본질적으로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기부여와 일을 통한 성취감을 강조한다.
몰입에 기반한 고용관계는 충성심에 기반한 고용관계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고용관계를 직원이 아닌 회사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구성원 입장에서 고용관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고용관계이다.
해외근무는 한때 직장생활의 꽃이자 승진의 지름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돼버린 모양새다. 세대 변화, 정보 접근성 향상 등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심리적 가정이 변한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발병 후 대퇴사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퇴사하는 이유로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아서’라는 의견이 다수다. 일을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으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일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 자아실현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사회적 가치실현 등 개인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일을 선택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사람들은 회사 안은 물론이고 회사 밖에서도 자신의 총체적 라이프스타일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일을 선호한다.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마다한다. 가차없이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최근 머서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인재 트렌드 조사결과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에 신경쓰는 일자리를 선호하는 구성원들의 양상을 뚜렷하다. 직원들은 단순히 보다 높은 보상을 주는 직무나 지역에서 일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보상을 중요한 요소에서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주는 직무와 지역을 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응답자는 급여가 상승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우대해주는 직무를 선택할 것이라도 답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 일하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일하는 업무환경을 원한다. 여기에 더해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 가족을 위한 웰빙 혜택,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시간 제공 등 그 니즈도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다. 최근 젊은 세대를 관통하는 주요한 특성으로 ‘개인화’가 손꼽힌다. 성장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연결된 세상을 살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세대다. 이들에게는 ‘나’와 ‘나의 취향’이 중심에 있다. 이렇게 개인화된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조직 중심 사고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제 고용관계에 있어서도 개인화 세대에 맞게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계약’이 필요하다. 개인화 세대는 회사와 ‘충성 서약’이 아니라 ‘고용 계약’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해외 근무에 따른 보상과 처우, 업무환경도 맞춤형 패키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천편일률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해외 근무 유형, 세대, 업무,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제각각 동기부여 요소와 고충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직원들은 회사와 일이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들어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글로벌 모빌리티를 활성화하는데 있어 구성원 한명 한명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게 중요해진 이유다.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되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확장에 보다 애쓰고 있다. 글로벌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치기 위해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해외에 보내고자 한다. 하지만 세대와 고용관계 변화로 기업들은 여전히 고민에 싸여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대처는 보다 나은 처우를 제공하자라는 접근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 지속가능하리라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시사점은 명확하다. 획일적인 인센티브, 처우 개선만으로는 지금의 이슈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전략을 펼치는데 있어 구성원 라이프스타일에 보다 집중한 직원가치를 고민할 때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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