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서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말씀드리면 금리 인하를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 불안 요인이나 이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 반응에 대해 금통위원 중 많은 분이 '시장의 기대가 과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중 대부분이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다섯 분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한 분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산유국 추가 감산에 따른 유가 영향,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큰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이 총재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연말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 수준으로 갈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환율상승 등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금리를 통해 반응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무역수지도 환율 결정의 중요요인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SVB 사태 이후 긴축이 지속될지 아닐지도 환율에 크게 미치는 영향이 있어 한 방향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큰 변동성에는 대처 방안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기와 관련해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수출이 큰 폭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 중 성장률은 소폭의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급격히 하락한 부동산 경기의 하락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작년보다 커졌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으며, 금리를 올렸으니 조정 과정에서 일부 금융기관이나 부문의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 금융기관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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