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맥주 전쟁 터졌다"…제주맥주 vs 세븐브로이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3-04-12 08:31   수정 2023-04-12 22:26


국내 유일의 수제맥주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대한제분과 ‘곰표밀맥주’ 제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곰표’라는 브랜드를 맥주로 확장하는데 큰몫을 했던 세븐브로이맥주는 대한제분과 3년 만에 결별, 자체 브랜드 ‘대표밀맥주’를 내놨다. IPA와 함께 수제 맥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밀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위트에일 명가' 제주맥주 VS '수제맥주 원조' 세븐브로이의 맞대결
12일 유통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곰표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제주맥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제주맥주는 현재 OEM(주문자상표부착) 제조사를 선정하기 위해 후보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의 대중화’를 내걸고 2015년 설립된 제주 기업이다. 2017년 선보인 ‘제주위트에일’을 시작으로 국내 수제 밀맥주 분야 강자로 자리잡았다. 곰표밀맥주까지 품으면서 제주맥주는 명실공히 국내 밀맥주 분야 1위 지위를 되찾을 전망이다.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편의점 CU의 공동 마케팅에 힘입어 2020년 5월 출시 이후 5000만 캔 이상이 팔린 공전의 히트 상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밀맥주의 대표로 으레 ‘곰표’를 떠올릴 정도”라며 “제주맥주가 밀맥주에 관한 노하우가 풍부한 만큼 곰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지가 관심 거리”라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제품 출시 1년만인 2018년에 국내 수제맥주 매출 1위를 달성, 2021년 5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작년까지 3년 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 데다 지난해 매출액(239억원)도 전년 대비 16.9% 감소했다.
실적 내리막길 세븐브로이, 밀맥주 시장 사수에 '사활'
김강삼 대표가 2011년 설립한 세븐브로이는 자체 브랜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호랑이를 캐릭터로 삼고, 이름을 ‘대표 밀맥주’로 정하는 등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곰표밀맥주의 성공에 힘입어 2021년 전북 익산시에 새로운 맥주 제조 브루어리를 신축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한제분과의 계약이 3년만에 종료될 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세븐브로이는 중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맥주제조 일반면허를 취득한 수제맥주의 원조 기업이다. 라거 일색이던 시장에 IPA를 도입해 대중화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매출 402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거두는 등 실적면에선 제주맥주보다 양호하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으나, 공모 시장 불황으로 상장엔 실패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세븐브로이가 자체 브랜드 맥주를 내놓은 건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며 “자신이 넓혀 놓은 밀맥주 시장에서 밀리면 실적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븐브로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0%, 58% 떨어졌다.
'곰표'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 B2C 기업 변신 중인 대한제분

‘밀맥주 전쟁’의 향방은 ‘브랜드 vs 맛’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밀맥주의 주요 판매 채널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밀맥주를 맛보고,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곰표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밀맥주(위트 에일) 전문인 제주맥주가 맡은 만큼 곰표밀맥주의 맛을 호가든 등 독일 밀맥주 수준으로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제분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 파트너를 바꾸기로 하면서 수제맥주 제조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제주맥주와 협업하면서 좀 더 준비 기간을 갖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한제분의 변신은 대한제분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남경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 활용 전략을 비롯해 김 부사장이 미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주류 판매·수출입을 포함한 42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대부분 B2C 분야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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