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CB로 5000억 조달 나서…주가 폭등에 PEF '머뭇'

입력 2023-04-13 15:40   수정 2023-04-13 21:44

이 기사는 04월 13일 15: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자를 구하고 있다. 성장성이 뚜렷한 2차전지 소재 분야의 '대장주'로 떠오른 에코프로비엠에 CB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널뛰는 주가에 PEF들도 머뭇거리고 있다. 회사는 전환가 할증을 원하고 있어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5일 경부터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중대형 PEF를 대상으로 투자제안서(RFP)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돌입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CB 발행으로 4000억~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주주배정 증자와 제3자배정 증자를 고심하다 외부 투자유치로 결정해 PEF들를 대상으로 자금 조달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코프로측비엠은 CB 전환가격을 최근 주가 수준의 10~15% 할증된 가격으로 책정하겠다고 RFP에 기재했다. 쿠폰금리와 평균만기수익률(YTM)은 각각 0%다. 원금 외 보장 수익률도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 측의 '고자세'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CB 투자가 주식 투자보단 훨씬 안정적이지만 최근 주가는 오버슈팅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주당 26만6500원에 형성돼 있다. 연초 주당 9만3400원 대비 185% 증가했다. 현 주가 수준이 회사의 내재가치 대비 고평가 됐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지난 12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홀드)로 하향했다. 현 주가가 2027년~2030년 실적이 선반영된 수준까지 올랐다는 이유였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번 투자유치 자금을 생산설비 확장 등에 활용할 예정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충북 오창과 경북 포항에서 연산 18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이를 2027년 연산 71만t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적정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투자유치가 지연되면 회사의 증설 계획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투자 유치 진행 과정에서 에코프로비엠 주가 향방에 따라 딜 성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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