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머무는 곳은 특별하다. 정주의 공간에서 유랑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문(門)이다. 호텔 혹은 리조트의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난 창을 활짝 여는 순간 환상에 불과했던 여행자의 일탈은 즉물적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났다. 얼마나 꿈꿨던 순간인가. ‘관광(觀光·빛을 보다)’의 말뜻이 요즘처럼 딱 들어맞는 때는 없을 것이다. 삶을 또다시 축제로 만들어줄 빛을 찾기 위한 첫 관문이 바로 여행자의 숙소다.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을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 아센바흐가 삶의 환희를 찾은 건 리도섬의 호텔 데스바인스에서였다. 그곳에서 아센바흐는 지중해의 태양을 닮은 미소년 타치오를 만났다. 토마스 만이 실제 투숙했으며 소설의 모티프를 제공한 장소는 엑셀시어베네치아호텔이다. 이 특별한 공간을 찾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여행자가 예약 전쟁을 펼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0대 호텔&리조트를 연재하기로 한 건 삶을 축제로 만들어줄 진짜 여행의 맛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순번에 우열은 없다. 각국 관광청과 호텔&리조트업계 고수들의 자문을 받아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선정한 대만 중부(타이중) 르웨탄(日月潭)에 있는 더 라루 선 문레이크는 대만 국부로 불리는 장제스의 별장으로 유명한 호텔이다. 마오쩌둥과의 대결에서 참패한 그는 자신의 고향인 저장성 시커우를 닮은 르웨탄에서 허망함을 달랬다. 타이중은 한국인에게 의미가 각별한 곳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는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이 타이중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독검을 던져 암살에 성공했다고 한다.
발리에 있는 아만다리와 아만킬라는 ‘완벽한 단절’을 위한 이상향 같은 리조트다.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은 적어도 숙소만큼은 세상의 모든 번잡함에서 초연한 공간이길 꿈꾼다. 발리의 대자연을 품은 넓은 객실에서 마주치는 이라곤 나와 동반자뿐이다. 여행은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가성비 좋은 호텔도 좋지만 남들이 못 가본 ‘인생 호텔’을 찾아가 보자. 올해 못 가면 어떠랴. 삶의 축제는 이제부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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