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급성장한 명품 플랫폼 발란이 작년에도 광고모델 김혜수(사진)를 앞세워 덩치를 키우고도 웃지 못했다. 매출은 한 해 전보다 71.0% 늘어난 891억원을 기록했으나 순손실이 379억원으로 두 배 늘어났다. 현금이 말라가면서 흑자전환을 앞당겨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도회계법인은 발란의 유동부채가 이미 유동자산을 6억5500만원 초과해 존속능력에 의문이 있다고 했다. 기업의 지급·영업 능력을 나타내는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여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발란의 현금 유동성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발란의 현금 예금액은 2021년 말 150억원에서 작년 말 1억6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단기간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현금성 자산도 같은 기간 212억원에서 32억원으로 급감했다.
유동성 위기 징후도 나타났다. 발란은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파트너들로부터 상품 대금을 받아놓고 수개월째 상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잔금 입금 후 2~3주면 물건을 받는데, 발란 측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수개월째 상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밝혀진 피해자만 10명 이상이고 피해 금액은 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발란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잔금일을 지키지 않아 거래에 차질이 생겼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현금 예금액 등도 작년 12월 31일을 잘라서 재무제표를 작성해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재고자산 130억원을 순조롭게 현금화하고 있어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발란뿐 아니라 명품 플랫폼사들은 작년 말부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혜수를 앞세워 홍보하던 발란처럼 주지훈·김희애 등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출혈경쟁’을 벌이던 분위기와는 달라졌다. 발란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한 해 전(190억원)의 두배 수준인 385억원을 썼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비용 절감을 위해 TV광고를 중단했다.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성장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도 쉽지 않아지면서 프리IPO 투자도 멈췄다.
발란은 올해에는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란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엔 주주와 약속된 범위 내 적자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익 개선에 집중해 올해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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