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결된 법안보다 더 강한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을 곧바로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대안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초과 생산된 쌀의 처리 방향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재의는 당초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면서까지 이날 표결을 강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소신에 따라 표결할 것을 호소한다”며 “우리 당 의원들도 당론으로 찬성 표결에 임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양곡관리법은 이날 국회에서 출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법안을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의원 299명 중 국민의힘 의원은 115명으로 3분의 1이 넘어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결안보다 강력한 ‘쌀값 정상화 대체 3법’을 발의했다. △쌀의 시장가가 목표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목표가격 공시 및 변동직불금제 부활 △농수산물 가격이 평년에 비해 5% 이상 오르지 않으면 비축용 농수산물 판매 금지 △쌀 가격이 평년 가격을 밑돌면 정부가 쌀 생산비보다 10% 높은 가격으로 쌀 매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이날 부결된 법안에는 담기지 않았던 내용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있다. 민주당 의원 3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에 더해 쌀 최저가격 보장, 다른 작물 재배로 인해 농가의 소득이 감소할 때 정부 지원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도 대안 법안을 발의해놨다. 지난달 31일 최춘식 의원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의 재량권 강화가 핵심이다. 현행법은 정부의 쌀 시장 격리 조건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재량으로’라고 바꿔 정부의 재량권을 분명히 했다.
정부도 자체적으로 대안을 내놨다. 농업 생산자의 소득을 보조해주는 직불금을 2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벼 재배면적을 수확기 쌀값이 80㎏에 20만원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줄이되, 콩·밀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면 최대 250만원까지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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