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간호법 처리에 나섰다. 의원 20명의 동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을 추가하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간호법과 의료법은) 지난달 31일 본회의도 미루면서 김 의장의 요구대로 정부의 중재와 노력을 기다려왔다”며 “충분한 숙고와 협의를 거친 법안이다. 이 상황에서 더 기다리는 건 국회의 직무 태만”이라고 처리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인 169명의 동의를 받아 간호법과 관련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동의안 표결에 앞서 양당 원내대표를 연단으로 불러 마지막 합의를 당부했다. “정부와 관련 단체 간의 마지막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금만 더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동의안 표결을 주장했지만 김 의장이 처리 연기 주장을 고수해 간호법 처리는 미뤄지게 됐다.
간호법은 여야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법안이다. 간호사 단체들은 간호사에게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간호법 제정에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특히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자신들의 지위가 더욱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간호법이 일단 시행되면 직역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정부와 여당은 지난 11일 ‘간호사 처우개선법’ 형태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장이 추가 협의를 요구한 만큼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여야의 노력이 2주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경목/설지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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