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이틀 앞두고 새 유형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한반도 긴장의 강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군 정찰위성 발사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 합참은 “탄도미사일은 (발사 각도를 높인)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약 3000㎞ 미만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화성-12형’과 같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보기에는 고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쏜 ICBM ‘화성-17형’은 정점 고도가 6000㎞ 이상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군당국은 IRBM 및 ICBM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지금까지 시험 발사했던 체계와 좀 다른 IRB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체연료는 운반·주입 작업을 거쳐야 하는 액체연료와 달리 미사일에 상시 장착할 수 있고,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미 억제력의 상징인 ICBM 활용 방식이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본격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ICBM으로 확인되면 북한은 2월 18일 ‘화성-15형’, 3월 16일 ‘화성-17형’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ICBM 발사를 한 것으로 기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발사된 미사일이 신형 미사일이라면 이를 통해 최고지도자 기념일에 의미를 부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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