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밑돈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발표된 영향으로 상승 마감한 뉴욕증시에 힘입어 한국증시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며 상승세에 제동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안전자산인 금값이 작년 3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점도 위험자산인 주식에는 부담이다. 증권가는 호재가 있는 개별 종목의 상승이 증시를 주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자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점은 한국증시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코스피가 0.7%가량 상승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미 증시의 강세가 물가하락과 함께 대형 기술주의 개별 기업 이슈로 인한 상승이라는 점, 전일 한국증시가 옵션만기일 수급 영향으로 0.4% 추가 상승했던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증시는 제한적인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코스피의 2600선 도전 가능성을 기대했다. 그는 “최근 산업재 등의 소외주가 반등에 나서고 있는 반면, 반도체와 2차전지는 다소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났다. 주도주가 일정 부분 쉬면 소외주가 상승하는 과정은 상승장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며 “이날 다시 반도체와 2차전지가 (상승의) 전면에 나선다면 코스피는 2600선 도전도 가능하다”고 점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별 호재가 있는 여타 업종들로의 수급 분산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크로(거시경제) 상으로는 성장주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제약·바이오 업종 등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월 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는 미 노동부 발표가 증시를 끌어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보합(0%)보다 강한 물가 둔화 신호가 강하게 나타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받았던 2020년 4월의 1.2% 하락 이후 최대폭의 둔화세가 나타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고용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주간의 실업수당청구자 수는 전주 대비 1만1000명 늘어난 2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3만5000명보다 많다.
다만 물가와 고용의 둔화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팩트셋이 집계한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6.8% 적은 수준이다. 작년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 침체(리세션)가 일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배럴당 70~8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WTI 가격은 3월에 불거진 은행권 위기로 6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 모임인 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추가로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80달러선을 돌파했다.
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일일 원유 수요는 230만배럴 증가한 1억190만배럴로 추정된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 총회의 권역별 기자회견에서 여러 요인을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의 수출과 투자 양쪽에 영향을 미치고, 코로나19 팬데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기 활황 이후의 긴축정책과 이로 인한 소비둔화, 주택시장 조정 등이 한국의 내수를 과거보다 약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IMF는 지난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당초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였지만, 작년 7월에 2.1%로, 작년 10월에 2.0%로, 올해 1월에 1.7%로 각각 하향된 데 이은 네 차례 연속 하향 조정이다.
다만 최근 봉쇄를 해제한 중국의 수요 증가가 하반기부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는 5.2%가 제시됐으며, 이에 따른 중국의 소비 반등 효과는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평균 0.6%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가격은 1.50% 상승한 온스당 205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3월 이후 최고치다. 금 현물 가격도 온스당 2040달러선을 넘어서며 2020년 여름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까지 30달러가량을 남겨 뒀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부진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약화될 것이란 기대가 부풀면서 금리와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돈값’의 약세는 가상자산 가격도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은 이더리움 가격이 치솟았다.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3시 이더리움은 24시간 전 대비 5.96% 오른 201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주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인 '샤펠라(Shapella)'가 단행된 데 따라 이더리움 보유자들이 투자자산을 인출할 수 있게 된 점을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인 영향으로 보인다. 우려됐던 이더리움 인출에 따른 매도 압력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이더리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65% 상승했으며,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률은 80% 이상이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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