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입법독주' 제동…與, '방송법 직회부' 헌재에 판단 맡긴다

입력 2023-04-14 09:36   수정 2023-04-14 09:55


국민의힘이 14일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 야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은 채 직회부를 강행 처리해 여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헌법재판소를 찾아 ‘방송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부의 요구안’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심판 청구가 끝날 때까지 관련 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하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2일 과방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지 100일이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이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어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현재 과방위원장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직회부 요구가 국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았다’는 민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법사위 제2소위원회가 개정안을 심사 중인 점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국민의힘 법사위는”헌법상 명시된 법률안 심의·표결권과 국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의료법 등 쟁점 법안 대부분을 자신들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은 오는 22일 이후 직회부 요건을 갖춘다. 야당은 이 법안도 직회부를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방송법 개정안부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일단 국민의힘이 함께 신청할 예정인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방송법 개정안의 직회부 절차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중단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법안의 효력 상실을 우려해 본회의 상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만약 헌재가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 사건까지 인용 결정을 내리면, 야당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치권이 합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 판단에 맡기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불린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도 헌재에 사법적 판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지난 3월 헌재는 민주당의 법안 처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법안 처리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MBC), 11명(KBS)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학회·시청자위원회·언론단체 등 추천을 받도록 한다. 사장 인사는 100명이 참여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3인 이하의 복수로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는 후보를 사장으로 제청해 선임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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